본문 바로가기
문학

니체 의 "이사람을 보라" 책을 내가 선택한 이유-니체하우스숙박정보까지

by 검은양(黑未) 2023. 12. 13.
반응형

니체가 알고 싶어 진다면 당신은 이미 세상을 알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니체를 알았던 건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때였고 폼 좀 잡으려면 니체의 책을 하나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읽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땐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손에 쥐었는데 제목부터가 도무지 10대의 경험 없는 애송이에다 지성이라고는 없는 겉멋에만 취했던 소녀가 읽기엔 넘을 수 없는 벽이었지요. 책도 두꺼웠고 억지로 읽어보려 페이지를 넘기다 토 나올 것 같아서 그냥 집어던져 버렸습니다.

 

그러다 무수히 세월이 흘렀습니다. 더이상 이해 못 하는 책을 들고 다니며 교양인인척 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되었고요, 아니 그런 척 같은 것조차도 할 수 없는 먹고사는 생계문제가 더 절박한 생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주로 일차원적인 생활환경에 놓이면 정신의 영역을 탐구하는 게 녹록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그 환경에서도 철학책을 읽는 사람을 나는 진정 존경합니다.

 

니체 가 잠시 살던 집에 숙박하면서 철학자 가 되어보는건 어떨까요?

니체의 나라 독일에 왔습니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나라 빈 에선 비트겐슈타인 이 태어나 있었으니 이런 나라에 산다면 저절로 철학자 가 될 것 같은 환상이 생깁니다. 거대한 철학자들이 우글거린 이곳에서 어찌 철학적 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처음 여기와 서는 딱히 그들의 사유가 내 의식에 자극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을 하기에는 여러 환경이 너무 달라서 유유 작작 사고하며 편안하게 지내기에는 넘을 수 없을 성싶은 낯설음이라는 장막이 가로막혀있었습니다. 스스로가 얼마나 낯을 심하게 가리는 사람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20년째 아직도 적응 중이긴 하지만 어느새 내 뿌리는 이국의 땅에 어느 정도 잘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사상이 보입니다. 그들이 머물렀던 흔적이 가까이 있으니 그곳을 다녀오면 뇌의 어두운 한 곳에 잠들어있던 뭔가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집니다.

 

그 첫 움직임이 지난해 니체 가 머물렀던 엔가딘의 실스마리아 에 다녀오고부터입니다. "니체하우스"라 불리는 이곳은 듀리스 가문의 소유이며 이 집에서 니체는 7년에 걸쳐 (1881년, 1883년–88년) 사이사이 단출하지만 주위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이 방을 빌려 지냈습니다.

 

나는 니체하우스 와 붙어있는 호텔에서 머물며 그의 영적인 잔재가 있을법한 방에서 제법 긴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박물관으로 꾸며놓은 니체하우스에는 입장료를 내는 곳이 곧 그의 책들을 파는 서점입니다. 영어로 된 것과 독일어로 된것 두 종류로 책장에 꽂혀있어요.

 

니체 가 머물던 니체하우스에서 지내보고 싶으신 분 정보 드립니다

지금 이곳은 예술가, 작가, 학자, 학생, 언론인 등 철학이나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예약신청하면 숙박을 할 수 있습니다.  아주 단출하며 심플한 방입니다.

 

★최소 3박 을 기본으로 하며 최대 3주까지 머물 수 있습니다.

★숙박가능 기간은 6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하우스 오픈을 하며 1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열려있습니다.

★숙박비는 시즌마다 다르고 학생의 신분에 따라서도 달라서 예약 전 꼭 문의를 다시 해보시길 바랍니다. 대충 10만 원에서 15만 원선입니다.

 

실스마리아 니체하우스 연락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실스 마리아의 니체 하우스 – Dr. Peter Villwock (큐레이터), Via da Marias 67, CH – 7514 Sils Maria, +41 81 826 53 69, nietzschehaus@gmail.com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하신 분 은 "이 사람을 보라"를 읽어보세요!

니체하우스 서점을 둘러보다 책을 하나 구입해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소설도 아닌 철학책을 원서로 읽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글씨도 작고 대부분 두꺼운 책입니다. 노안이 온 이후로 작은 글씨가 밉습니다. 이리저리 뒤적이다 한 손에 들어오고 얇고 차례 부분을 읽어보니 쉽게 쓰인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바로 계산을 하고 의기양양하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 ecce homo 이 사람을 보라" 이 책은 이렇게 저의 손으로 들어왔고 원서와 한국어본을 번갈아 읽으며 니체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이 책이 재밌는지 첫 장을 넘기면 바로 알게 됩니다. 얇아서 만만하게 느껴지는 장점도 있지만요 책장을 스르르 넘기면 소제목 들에 웃음보가 바로 터져 나옵니다.

 

1. 나는 왜 이렇게 지혜로운가?- (사실 내 머릿속엔 ) 어째서 난 이렇게 지혜롭지?

2.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우째서 나는 이리 겁나 똑똑한 거지?)

3.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워매~ 난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4. 나는 왜 하나의 운명인가? (내가 곧 신이여 알아?)

 

잘난 척 끝판왕 인 이 소제목을 시작으로 그가 지금까지 썼던 책들을 읽기 전에 일종의 준비체조 혹은 책내용의 이해를 돕는 차원으로 철학논고의 골수들을 뽑아놓은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너무 잘난척해서 꼴불견이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영웅처럼 보였습니다. 니체자신은 스스로를 영웅화, 신격화되는걸 극도록 꺼렸습니다만..

부러워서 미치도록 닮고 싶었습니다. 자신감이 하늘을 뚫어 거의 신과 동급으로 여기는 그가 부러워서 저 세줄에서 벌써 난 니체에게 홀려버렸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나요?

 

결론

철학이 어렵고 니체 책들이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이 사람을 보라"를 추천합니다.

얇아서 좋고 짧고 간결하게 필요한 말 만 써여져 있어 복잡한 게 싫은 사람이라면 가볍게 철학에 대한 접근을 할 수 있어 철학 입문서로서는 꽤나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스카이캐슬" 드라마에서 독서모임 토론 책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너무 어려워하는 우주에게 우주엄마가 "이 사람을 보라"가 니체의 책을 이해하기 쉬운 책이라며 권유하는 장면이 나왔던 게 기억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