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눈부신데 나는 갑자기 눈물이 느닷없이 납니다.
일상에 걱정거리가 쌓인 것이 갑자기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드러나면서 신 만이 해결해주어야 할 문제라
무작정 기다리는 약자의 인간에겐 그저 눈물로 하소연하는수밖에 없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문득문득 그 지점이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해오면서 깊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누구나 사연없는 집 없고 평온해 보이는 뒤에 깔린 폭풍을 감지만 못하고 있을 뿐 인간사 절망과 번뇌는 다
일상다반사 이겠습니다. 요즘 열하일기 를 오디오 북으로 듣고 있는 중입니다.
열하일기는 박지원 이 청나라 건륭제 의 만수절( 칠순잔치와 비슷함) 축하 사절로 중국의 연경 (지금의 북경)
에 갔을때 보고 들을 것을 남긴 견문기입니다.
그의 친척(삼종형)인 박명원의 자제 군관 자격으로 일행에 합류하여 열하강까지 여행한 것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것이 열하일기(熱河日記)입니다.
열하는 로허 라는 중국어로 청나라 지역으로 지금의 청더(承德)입니다. 박지원은 정조 때의 사람으로
호는 연암이며 실학자이자 문장가입니다.
열하일기의 내용을 보면 그의 여행일지가 참으로 세세하고 구체적이며 곳곳에 유머가 알알이 박혀있습니다.
여행기 가 무슨 학계 논문처럼 촘촘하게 연구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어렵지 않으며
잔잔히 웃음이 묻어나옵니다. 매일매일 의 여행을 기록한 여행지로 방대한 량입니다.
호기심 가득하고 흥미진진한 내용이라 몇 번을 읽어도 지루함이 없습니다.
언젠가 열하일기의 상세한 내용을 써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열하일기 한 구절 이 숲 속길을
걷다가 떠올랐기에 이 부분을 써보고자 했습니다.
박지원이 냉정 (冷井)이라는 곳을 지나 앞이 탁 트인 요동벌판을 바라보며 한바탕 울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이제부터는 도강록에 적힌 글을 짧게 옮겨 적어봅니다.
가히 참 좋은 울음 터로구나! 가히 한번 울 만하구나 사람이 다만 칠정 중에서 (칠정: 희(喜) · 노(怒) · 애(哀) ·
구(懼) · 애(愛) · 오(惡) · 욕(欲)의 일곱 가지 감정) 중에서 슬플 때에만 우는 줄로 알고 칠정 모두가 울 수 있음을
모르는 모양이요.
기쁨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이 사무치면 울게되고, 노여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이 사무치면 울게되고, 사랑이 사무치면 울게되고, 욕심이 사무치면 울게 되는 것이다.
불평과 억울함을 풀어버림에는 소리보다 더 빠름이 없고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이다.
지정 이 우러나오는 곳에는 이것이 저절로 이치에 맞을진대 울음이 웃음과 무엇이 다르리오
---도강록---
울고 싶을 때 자주 가는 나만의 통곡의 장소 가 있습니다.
삼나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짙은 녹음으로 어두워져 있는 외곽에 있는 숲 속이 그곳인데
극적인 장소처럼은 보이지는 않는 곳이지만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어 거기를 택한 이유입니다.
주변엔 옥수수나무로 이어져있거나 해바라기, 등 대부분 키 큰 곡물들로 심어져 있어 크게 울어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기쁘거나 즐거워서 울어본 적은 없고 칠정 가운데 주로 노여움이나 욕심으로 우는 것 같습니다.
박지원은 요동벌판을 보며 우는 울음을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에 비교를 하고 있습니다.
갓난아기가 태어날 때 우는 울음은 칠정 중에 어느 것에도 속하고 있지 않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의 울음은 어쩌면 마음을 텅비우고 어떤 감정에 기인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새로운 탄생의 의미 같은 것일까요?
그에 비해 저는 오늘 통곡의 숲 속길을 들어서며 내게 여기가 좋은 울음터이로구나 하며 세속적이며
참을 수 없는 가볍디가벼운 칠정의 감정으로 한바탕 울고 나왔습니다.
photo by 최서우 숲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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