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린다우에서 스위스 질스마리아 (Sils maria) 까지는 약 180 km 떨어져 있다.
두 시간 반정도 걸리는데 가는 길에 리히터슈타인이라는 아주 작은 나라를 지난다.
속력을 많이 내지 않고 가는 도로라 예상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린다.
린다우에서 너무나 더웠기에 스위스의 시원한 공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웠다.
더운 게 훨씬 좋을 것이라는 내 고정사고가 깨진 여행이었다.
에어컨 없는 숙소의 밤 은 길고 고통스러웠는데 다음 이탈리아 여행지 한 곳의 숙소가
에어컨이 없다는데 벌써 걱정이 된다.
긴 터널 몇 개를 지나고 높은 산 허리춤을 지나니 터어키색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온도가 다른 바람은 차창을 내리니 서로 안으로 달려들려고 다투듯 요란스럽게
들어와 열 올라 붉어있는 얼굴을 시원한 손으로 마사지하듯 훑고 지나갔다.
산행차림의 사람들이 무리로 지나갔고 자전거 그룹도 반대편 도로에 지나가는 게 보였다.
온도는 점차 올라갔지만 공기는 순도 100프로 이보다 더 순수한 공기는 이 지구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아~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내 속에서 이 말은 자신도 모르고 바깥으로 나왔다.
야생화가 끝없이 펼쳐져있었다. 신 이 만든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이곳이리라. 난 이렇게 이름을 가졌으나 이름 없어 보이는 야생꽃군집을 좋아한다.
드러나지 않아도 무한한 아름다움을 품은 이 꽃들은 자세히 봐야 탄복을 하게 되지만 그 말은
시선을 오로지 붙잡아두는 강렬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니체에 대해 철학적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학교 다닐 때 필독서에 들어가서 억지로 읽었던 것을 제외하고 그때 읽었던 구절의 아모르파티는 김연자 노래로 진정
이해하는데 쉽게 접근했던 게 고작이었다고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한다.
그런데 동양학을 전공하면서 니체 가 등장했다. 그를 알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이런저런 해석책을 뒤적였다.
그냥 읽은 정도이다. 이해하고 깨쳤다는 뜻이 아니다. 눈으로 활자를 훑어가는 것뿐이었다.
잠이 와서 더 이상 읽을 수 없어서 덮었었다. 그러다 차라리 그의 자취가 묻어있는 곳에 한번 있어보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하는 나의 비열한 잔머리로 내린 결론이었다.
같이 갈 사람의 휴가를 이용해서 니체가 머물렀다는 그곳 실스마리아 에 오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엥가딘(Engadin)은 4년 전에도 왔던 곳이었다. 상부 엥가딘 에 실스마리아 가 있는데
그때는 이곳을 몰랐기 때문에 유명관광지인 생모리츠만 보고 지나갔던 게 안타깝다.
역시나 여행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 는 말에 실감을 한다!
니체는 우연히 만난 추안으로부터 실스마리아 를 추천받아 이곳에 왔고 실스호수를 보고 감탄을 하며
바로 편지를 하나 쓴다.
" 결국 난 지구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벽지의 은신처에 묵게 되었어.
형편없는 나의 삶의 50가지 모든 조건이 이곳에서 충족된 것처럼 보여.
난 이 횡재를 분에 넘칠 뿐만 아니라 전혀 예기치 않은 선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이곳 , 이 영원한 영웅적인 전원에서 저 밑 남국에서보다 더 아름답게 심금을 울리는
훌륭한 음악과 같아."
------------니체의 서간집-----------
니체의 삶의 50가지 조건은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풀어보려 이 호수 앞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나는 오랫동안 반짝이는 햇빛과
눈을 맞추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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