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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지않는다고 아무것도아닌건아니다!

by 검은양(黑未) 2023.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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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극배우다!

연극을 처음 접했을 때 가 고등학교 때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낮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 수업을 듣는 야간고등학교를 다녔다.

당시 이 학교에는 운동권 출신이셨던 젊은 남자교사가 연극동아리를 만들어 연극을 지도해 주셨다.

처음으로 한 작품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었는데 사실 내용을 이해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다소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뭔지 모르게 투쟁의 힘을 느끼게 되면서 연극이라는 장르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 극단 생활 "메소드연기" 의 뿌리가 된 러시아의 배우이자 연극연출가인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의

책을 끼고다니며 친구들 앞에 잰 체하였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그의 책을 거의 이해 못 하였고

그냥 머릿속에 꾸역꾸역 쑤셔넣기에 바쁜 수준이었다.

외운걸 마음의 울림없이 발화하는 데에 그친 것 같았으나 그중 몇몇 단어는 살아남아서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똑같은걸 되풀이 하면서 마냥한곳에 죽치고 있지 마라!

배우는 자신의 발성기관 및 신체기관을 남달리 민감하고 훌륭하게 훈련시켜두어야 한다."

-- 스타니슬럽스키의 배우 수업 중에서--

 

배우모집하곳에 지원하여 나의 극단생활은 시작되었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호기심 많고 발산하는 것이 체질에 맞아서인지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모습을 모방하여 표현하는 게 즐거웠다.

길 이 끊어진곳에 또 길이 있다.

연극을 한다는건 현실 적은 배고픈 일이었다.

공연을 하여 받는 수입이 그것으로 절대 생계를 할 수 없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최저생활보장조차 안되었다.

지금이야 국가지원도 받고 개런티도 올라 어느정도 생활이 가능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예술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다.

문화육성 척도에 따라 그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운이 좋게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극을 할수있는 기회가 생겼다.

일하는 곳 원장님이 연극에 관심이 많아 소극장을 가지고 있어 적극적으로 나를 후원해 주었다.

 

몇 년간 다수의 작품을 올렸고 공연도 성공적이었다.

다양한 역할을 하며 내 페르소나 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낮에 일하고 저녁에 공연하는 게 대부분 3주간 이어졌었는데 마음은 어느 정도 만족하였지만 몸은 몹시 지쳐갔다.

그러다 같은 작품을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올렸는데 역시나 기자들의 비판기사에 어김없이 내가 도마에 올랐다.

나의 사투리 억양은 극복을 끝내 못하였던것이다.

비판을 받아들이는 게 고통스러웠다. 외모컴플렉스 역시 발목을 잡았다.

배우로서 가능성이 요원해보였다. 훗날 배우로서 설고 할 탤런트 도 보이진 않았던 것이다.

최선을 다했었기에 후회하지 않을 것같았다.

그렇게 길은 끊어졌고 다른 길을 찾아서 갔다.

26년 후.. 다시 무대에 설 기회가 왔다. 26년 만이다.

한 번은 거절했고 아주 작은 역할이며 의미 있는 기념공연 이라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연습이 시작되면서 난관에 부딪혀 위기에 직면하자 갈등을 겪었지만 알량한 자존심으로 버텨냈다.

"자신의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에 선다는게 얼마나 통증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지...

" 나이 들면 그저 과거에 해낸 일을 뻐기며 그 능력을 지금도 가지고 있느냐 환상하며 살아가고 싶어 진다.

그게 편한 일이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즐겁다.

그들의 순발력과 감탄이 절로 나오는 표현기술은 부럽기 그지없다.

긴 공백동안 감각을 잃은 나는 연습 내내 능력의 부재로 자괴감이 들었다.

함께하는 동료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한 안간힘을 쓰면서 감정적 소모가 많았다.

무대에 불은 켜졌고 관객은 시선을 고정했다.

주연배우는 빛이 났다.

나는 그의 뒤에서 그림자로서 움직인다.

나도 저 사람처럼 빛이 났으면...

비록 빛이 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나는 내 인생에서 만큼은 빛이 났다.

그리고 그 어떤 무엇이었다.

빛나는 주연이 아니라도 주목받지 못했어도 내 안의 촛불만큼은 화려하게 조명을 비추었다.

 

 

 

(연극의 한 장면을 관객이 스케치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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