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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45

하느님도 나를 칭찬할수도 처벌할수도없는것같다 -이상 의 날개 14 자발적 고립이라면 참을 수 있으나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사회와 떨어진다면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존재하니 그 고립의 상태를 벗어나고자 한다며 능히 해방될 수 있겠지만 그런 능력을 모두가 다 가지고 태어난 건 아닙니다. 자기를 너무나 사랑해서 가족조차도 버릴 수 있는 냉정함이 있어야 가능하겠지요.  뻔히 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당해주는것(?) 이 가족관계인 것 같습니다. 부부사이도 마찬가지겠고요.  그 사람이 나라는 도구가 있어야 행복하게 잘 산다면 기꺼이 사용하라고 등을 내밀어 도마를 자처합니다. 등 위에서 칼질하고 있는 그 사람은 인지를 못합니다. 요리해서 맛있는 걸 먹게 된다는 본능만 있으니깐요. 자신의 등이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참고 인내하는 그 가 지금 당신 곁에 .. 2025. 2. 19.
나는 아내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보았다- 이상 의 날개 13 감기에 걸려서 약을 먹다 보면 약기운에 취해 환상이 보이는 것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20대 초반, 친구랑 같이 나간 자리에서 첫 번에 보고 반해서 미친 듯이 사랑에 빠져서 서로가 좋아한다고 단정하고 전화하고 편지도 쓰며 애정을 키워나갔어요. 혼자가 부끄러워 친구를 대동하고 만나곤 했어요.  그런데 진전이 안되고 나만 애를 태우고 있다는게 느껴질 즈음에 김건모의 노래가사처럼 친구와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엄청나게 충격 먹어서 죽으려고 했었는데요, 감기약 많이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 감기약 여러 알을 한꺼번에 삼켰어요. 그랬더니 몸이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멍하니 어떤 다른 소리도 들리고 그 사람 손이 내 머리를 만지고 있는 듯하였던 그런 경험.. 2025. 2. 17.
여기도 결코 내 안주 의 곳은 아니구나 -이상 날개 12 어렸을 때 나는 호기심이 왕성하였더랬어요. 그래서 자잘한 사고도 많이 쳤었죠. 이런 사고쟁이 나의 손이 닿지 않을 높은 선반 위에 엄마가 아끼던 그릇세트 를 올려놓으셨어요. 백옥 같은 하얀 접시에 분홍꽃그림이 있던 그릇을 귀한 날에만 밥상에 올려놓으시고 다시 닦아서 신문지에 싸서 선반에 올려놓으셨어요.  어느 날 난  그 뽀오얀 접시가 궁금해져서 의자 위에 까치발로 서서 선반 위의 통을 꺼내려다 그 통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그 안에 든 모든 그릇이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그때 깨지는 소리가 날카로운 비명처럼 찢어지듯 커서 나도 놀랐어요.   일하러 갔다가 돌아온 엄마는 깨진 접시와 그릇들을 보며 망연자실하시다가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날벼락 떨어질 줄 알고 단단히 마음먹고 얻어맞.. 2025. 2. 16.
왜 하늘에서 지폐가 소낙비처럼 퍼붓지 않나 -이상 날개 11 꼭 배우고 싶은 게 있었는데 돈이 없어서 할 수 없었어요. 피아노였습니다. 부잣집에 사는 영이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진짜 부러웠거든요. 소리가 저렇게 아름답게 나는데 한번 쳐보고 싶은데 그 애집 말고는 한번 쳐볼 수 있는 곳조차도 없었어요. 학교에 있는 것이라곤 고작 풍금 이 다였는데 피아노소리만큼 청아하지 않았어요.    너무나 간절하게 하고싶은거라 엄마에게 떼를 쓰다가 집사정 뻔히 알면서 생떼 쓴다고 등짝스매싱만 맞았지요.  울면서 집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지요.  그떄 하늘을 바라보며 저 내리는 비가 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 날개 11 나는 기운을 얻었다.  나는 그 단벌 다 떨어진 골덴 양복을 걸치고 배고픈 것도 주제 사나운 것도 다 잊어.. 2025. 2. 14.
코를 스치는 아내의 체취는 꽤 도발적이었다 -이상 날개 10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남들은 그 행복하다는 허니문 동안에 깨소금 볶는 일보다 저희는 전쟁이 더 잦았던 신혼 초를 보냈답니다.  한 번은 지독하게 싸우고 (대체로 가 나의 더러븐 성질로 벌어졌는데 지금생각해 보면 이런 나를 참아주고 살아주고 있는 남편에게 이순신장군만큼 존경과 경외감을 표합니다!!!) 한 번은 내 분풀이에 못 이겨 잠이 들었는데 저녁에 샤워를 하고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남편의 체취가 그렇게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 없었습니다. 모든 미움이 단숨에 사라지고 오롯이 사랑(그것이 육체적인 욕망일지라도) 스러움으로 피어나는 그 순간이라니...햐아....     해가 들창에 훨씬 높았는데 아내는 이미 외출하고 벌써 내 곁에 있지는 않다.  아니! 아내는 엊저녁 내가 의식을 잃은 동안에 외출한 것인지도 .. 2025. 2. 13.
나는 무엇보다도 좀 쉬고 싶었다- 이상작가의 날개 9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괜스레 혼자 삐져서 밥도 안 먹고 이불 뒤집어쓰고 있다가 배가 고파 죽도록 후회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에게 시위한답시고 밥 먹어라 해도 안 먹고 입이 댓 발 튀어나와 이불 안에서 어쩌면 나를 불러주기를 바라면서 혼자서 시위했지요.  그러다 진짜 모르쇠로 가족들끼리 맛있는 밥 먹는 소리 숟가락소리 들리면 어찌나 서럽고 혼자의 시위가 후회되던지요...  이상 날개 9나는 몹시 흔들렸다.  내객을 보내고 들어온 아내가 잠든 나를 잡아흔드는 것이다.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내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다.  나는 좀 눈을 비비고 아내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노긱 춘 초리에 떠서 얇은 입술이 바르르 떨린다. 좀처럼 이 ..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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