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국어시간이었어요. 국어 선생님은 남자 선생님 이셨어요. 키가 170 좀 넘어 보였고 살짝 야윈 체격이었는데 정장이 아주 잘 어울렸어요. 회색과 청색이 섞인 양복을 자주 입으셨는데 목소리가 하늘하늘 부드러워서 교과서 책을 읽을 때 듣고 있노라면 나른해지면서 환상에 젖게 하여 자주 상상 속에 빠지게 했습니다.

30년도 훌쩍 지났지만 황순원 의 소나기 수업은 잊을 수가 없어요. 선생님은 마치 책을 마치 배우가 연기를 하듯 몸을 움직여가며 읽었는데 특히 " 이 바보~" 요 부분에선 양복 윗저고리가 팔랑 거릴 만큼 온몸을 써는 바람에 그의 체취가 교실 전체를 휘감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한분단 을 넘어서서 다음 분단으로 넘어온 선생님께서 문득 멈추어서더니 나보고 문단의 한 단락을 읽기를 명 하였어요.
소녀의 흰얼굴이 ,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 자기 혼자 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이문장은 전체다를 기억은 하지 못했었지만 "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가 어렴풋이 기억이 나서 전체글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되어있었네요. 문장을 읽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려서 얼굴이 붉어졌었습니다. 분명 내 얼굴은 많이 빨갰을 겁니다.
그림처럼 소년, 소녀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그렇게 설레일수가 없었어요. 사춘기로 막 접어든 소녀의 감상은 그때 방학을 앞둔 7월 구름이 두둥실 흘러가는 창밖의 풍경처럼 마음이 술렁거렸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물이 흘러 견딜 수없이 슬펐습니다. 친구랑 남아서 소나기를 다시 한번 읽으면서 느낌을 공유했다지요.

내가 만난 소나기
나의 중학교는 오래된 교정이 이사를 하여 언덕배기로 새로 갓 이사를 온 곳이었습니다. 건물은 완성되었으나 운동장이 덜 완성되어 체육시간에 나무 심기라든지 화단 만들기 같은 걸로 체육이 대체가 되기도 했지요. 봄 에는 흙을 나르다 흙먼지가 날려 눈이 자주 흙으로 까끌거렸습니다.
어느 날 소나기가 내리자 선생님은 어느새 교실 쪽으로 가고 남은 학생들끼리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서로 장난치며 운동장을 뒹굴었습니다. 흙냄새가 참 좋았어요. 뒷산에는 라일락이 한참 피고 있었는데 습기 때문인지 향이 그렇게 짙을 수가 없어요.
황순원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었다기보다는 "소나기"의 내용은 나의 감수성을 최고치로 끌어올렸습니다. 어디 가나 어떤 상황이나 문득문득 문장의 한 단락이 불 편 듯 떠올랐었거든요. 내게 그 소년이 오고 있다는 상상은 너무도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글마무리
7년전인가 소나기 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으로 보지는 못했어요. 홍보영상 자료를 찾아서 올려봅니다. 그림을 보면서 이렇게 가슴이 설레어본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조만간 꼭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저는 내일부터는 독일어로 소나기를 번역된 걸 필사해보고자 합니다. 기대해 주시고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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