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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한국음식 식사초대 는 함부로 하는게 아니더라

by 검은양(黑未) 202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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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도 많고 소심한 옆지기는 당연히 친구가 그렇게 많지 않아 손님 치를 일이 많지 않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으흐흐~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혹은 몇 년에 한 번 정도는 자기의 절친 동료는 꼭 한국음식에 초대하길 원합니다. 음식 만드는 것에 부담이 없으므로 그 원함은 쉬이 이루어지지요.  이렇게 약 20여 년 넘게 쭈욱 이어져 왔어요.  

 

한식이 손이 많이 가긴해도 상차림을 해놓았을 때 가장 뽀대(이런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하지만..)가 나서 스스로 뿌듯함을 위해서 힘듦을 기꺼이 감내합니다.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해요.  한국음식은 주로 양념이 많이 들어가고 그 종류도 독일음식에 비해서 다양하여 부엌이 정말 난장판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독일시골에서 한국음식 상차림이 힘든이유

위의 사진처럼 저렇게 풍요롭게 차리기 위해선 그것의 기본이 되는 재료가 다양하게 있어야 하지만 사는 곳은 독일의 깡촌 게다가 독일 내에서도 그렇게 식료품 종류가 그리 다양하게 있는 게 아니라서 (이건 내가 잘 몰라서 일수도 있음)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있는 재료 한도 내에서 만들기 위해선 갖가지 편법을 쓰기도 함을 고백합니다.

 

그다음이 문제인데 사는 곳의 사람들이 상당히 보수적이며 지역을 떠나본 적도 없는 사람도 제법 있고 외부음식에 대해 낯설어하기 때문에 완전히 토속 한식으로 초대했을 경우엔 그들을 허기진 배로 파티에서 버텨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건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심심챦게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늘 식탁 한 구석엔 소시지와 빵을 준비해 놓아야 그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른땅에 이슬비처럼 스며들고 있는  K푸드 

대도시에서야 지금은 한국음식은 문화로 자리 잡아있습니다.  한국어를 쓸 수 있는 독일인도 많아졌어요. k팝 덕분이기도 하고 k드라마 덕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건 큰 도시의 이야기 일뿐이고 향토적이고 극히 보수적인 북독일의 시골은 사정이 좀 다르긴 합니다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깡촌인 제가 사는 곳에서도 한국라면 이 슈퍼에 진열되어 있고 튀김가루나 몇몇 한국식료품을 심심챦게 볼 수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마른땅에 가늘게 내리는 이슬비가 언제쯤 촉촉이 스며들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촉촉히 젖어있는 땅을 볼 수 있겠지요.

 

 

 

보수적 독일인 한식 식사초대하던 날

옆지기의 직장사람들이 한국음식 식사에 초대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어떤 입맛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몹시도 떨렸습니다.  그래서 쌈장 하나 만들 때도 4가지 종류로 하였어요. 매운 것 덜 매운 것 아주 심심한 맛, 토종된장이 아닌 일본된장과 땅콩소스를 섞은 쌈장.... 장 하나 에도 시간이 꽤나 소비되어 버렸습니다. 

 

메밀육수는 먹기 직전에 부었어요. 와사비 양 역시 개인이 조절해서 먹을수있도록 최소한만 넣어서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카푸치노 꽃으로 화려함을 더했어요

 

 

 

에피타이즈 와 본요리 후식까지 할려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공책에 대충 적어서 빠뜨리지 않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고기가 본식사입니다.  이것은 그다지 할 게 없는 대신에 채소 다듬기와 씻기가 8할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쌈채소와 텃밭에서 깻잎을 따서 씻고 양송이버섯과 토마토를 썰어 구워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마늘을 까는데 제법 시간이 많이 들었고 (이걸 다 먹을까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각종 데코레이션에 쓸 것도 씻어 놓고 맨 마지막에 할 메밀국수와 다시마를 넣은 밥은 당일날 오후에 했지요. 

 

작년에 담아서 텃밭항아리에 묻어둔 김치를 꺼내서 가장 맛있을 때 바로 식탁에 올리기 위해서 통에 담아두었습니다.  총각무김치는 이번에 한국에서 마트에서 파는 걸 가져왔습니다. 맛 은 잘 모르겠는데 일단 아삭함에 큰 점수를 줍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쌈무 한 개 사 와서 상에 올려놓아 봤습니다.  저는 하나 먹어보지도 못하고 손님들이 다 드셨습니다.

 

후식은 수박화채 비슷한 걸 했는데 미리 수박을 갈아 즙을 만들어 주스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나머지 수박은 사각으로 썰고 납작 복숭아와 독일산딸기 도 깨끗이 씻어 바로 꺼내어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통에 준비해 두었었습니다.

 

이게 간단해보여도 여러과일을 넣는바람에 일이 많았어요.

 

이번에 한국에서 야심 차게 가져온 새싹인삼의 인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잎까지 있는 인삼구경을 한 적이 없는 그들이어서 호기심이 많아했어요.  뿌리와 잎을 천천히 씹으면서 맛의 차이를 느껴보라고 하니 신기한 맛인데 매력 있다는 답 을 해왔습니다.

 

 

한국음식 식사초대는 그리 쉽게 하는 게 아님을...

고기 준비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하는데 여기선 얇게 써는 것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며칠 전에 사진 보여주며 이렇게 썰어달라 주문에 넣어야 하고 돼지고기는 맥주와 로즈메리 월계수를 넣어 재워두고 또한 불고기를 만들기 위해서 양념은 나만의 비법을 써서 따로 만들어두었는데요, 이 모든 게 정말 허리가 휠만큼 일이 많습니다.

 

제품화된 것을 써도 되는데 쓸데없이 고집을 부려서 양념도 다 내 손으로 만들고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들고 더 수고스럽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 일수 있는데 왠지 이렇게 해야 이들의 인식에 한국음식 진짜 특별히 맛있다, 그냥 사서 먹는 그런 맛이 아니다라고 느낄 것 같은데 실상 따져보면 딱히 브랜드화된 음식과의 차이를 이들이 알 수 있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손님치르고 다음날은 꼼짝도 못 하고 드러누어있었습니다.  고기 굽고 자르고 음식 준비하고 나르고 하늘 밥도 앉아서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제일 큰 건 설거지였는데 식기세척기가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손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 설거지통에 넘쳐났어요.  

 

게다가 뭔 그릇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던지 손님 두 번 치렀다간 이 집 세간살이가 다 튀어나와야 할 듯해요.  뭐.. 다른 음식은 그렇지 않을 터인데 이번에 준비한 게 그러하였다는 게지요.

 

 

글마무리

이런 나의 수고로움을 눈치챘는지 내 음식에 대한 찬양(?)으로 다 같이 잔 을 들고 감사의 노래를 불러줬어요.  이렇게 황공할 수가~ 이런 맛에 나는 한식 식사초대를 또 할지도 모릅니다.  사진 찍을 시간이 없어서 음식 다 먹어치운 부분만 있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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