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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내 이웃의 좀머씨이야기

by 검은양(黑未) 2023.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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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독일은 Muttertag 어머니 날이었다.

일요일에 슈퍼마켓 이 문을 열지 않기에 토요일에 미리 꽃다발을 준비해 두기 위해 마켓과 함께 있는

꽃집을 갔으나 어마하게 많은 손님들로 줄이 너무 길어 매장 안의 만들어져 있는 꽃 두 다발을 샀다.

요양원에 계시는 시어머니 껜 드릴 꽃 과 얼마전 자식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이웃노부부 께 드릴 꽃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많은 사람들이 보모님께 꽃을 선물하는 것 같다.

아니면 늘 그래왔지만 이전엔 이런 풍경을 놓쳤을 수 도 있다.

 

이웃집 노부부

 

닐스와 피엘코는 자식이 3명 있지만 왕래가 거의 없다.

이 동네에 이사 와서 18년이 다되어가는데 한 번도 그들을 본 적이 없다.

바로 두 집 건너라 꽤나 가깝지만 내가 나의 생일에 초대하긴 해도 그분들은 다른 이웃들과도 왕래가 없었다.

할머니 피엘코가 10여 년 전 쓰러지셨다가 재작년부터 회복이 되셔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즈음에

갑자기 이번엔 얼마 전 할아버지 닐스가 뇌졸중이 와서 걷기는 하지만 말이 어눌해져 버리셨다.

내가 힘든 일 겪고 있을 때 한 번은 꽃을 한 아름 들고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다.

그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었기에 언젠가 나도 이분들에게 기쁨을 돌려주고 싶었다.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 이시니 어머니날 꽃선물이 반가울 거라 생각이 들어 노란 마가레트꽃을 들고

낮잠 시간을 피해서 오후 4시 30 이 지나는 걸 보고 초인종을 눌렀다.

거의 몇 분의 시간이 지나서야 닐스가 나왔는데 왠지 대문 앞을 닫지 않고 있었다. 꽃을 할머니에게

전해드리고 안부를 여쭙고 잠시 앉아도 되겠냐고 했더니 머뭇머뭇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겨우 입을 열었다.

좀 있다 자려고 해서 안 되겠다 는 말을 한다.

순간 약간 당황이 되었다.

닐스는 아무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꽃도 고맙다고는 했으나 얼굴에 좋아하는 느낌이 묻어나지 않았다.

지금껏 사교적이지 않았어도 그 누구와도 진정하게 관계를 맺지 않아도 잘 살아왔던 닐스였다.

엔지니어였던 그는 정원이며 담벼락 만드는 일이며 손수 혼자서 다 만들었다.

남의 도움이 필요치 않았기에 갑자기 질병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의 방문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자리를 뜨려고 하자

그는 내 얼굴을 화난 듯 , 절망스러운 듯 바라보다가 눈물이 이내 그렁그렁하다.

아쉬운 소리 한번 해본 적 없는 그의 삶에 지금의 처한 상황에 대한 회한인 것 같다.

고집스럽고 독립적인 성향이라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피해받는 것도 지극히 싫어하다 보면 주변과의

소통은 자연히 단절된다.

나이가 들어갈 수 록 무리 지어야 하고 소통창고는 열어둬야 하지 않을까 하고 내 머릿속은 그렇게 단정 짓고 있다.

그러다가 닐스와 피엘코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어떤 도움도 위로도 원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Patrick Süskind (파트리크 쥐스킨드)의 "좀머 씨 이야기 " 책 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작중 화자 내가 (어린 소년) 아버지와 차를 타고 가다가 주먹만 한 우박을 맞으며 걷고 있는 좀머 씨를

발견하고는 차문을 내리며 차를 타라고 하는데 타지 않고 계속 걸으니

화자의 아버지가 " 그러다가 죽겠어요"라고 한다.

그때 좀머 씨는 계속 우박을 맞고 걸으며 이렇게 화답을 한다 "그러니 제발이지 날 그냥 놔두시오"

그것은 좀머 씨에게 무의미한 타인의 관심이다.

모두는 각자의 고통을 나름대로 해결하는 방식이 있다.

좀머 씨는 자기식대로 살려고 그렇게 발악을 하며 걷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우리가 돕는다고 하는 것이 그 당사자에게는 가식에 찬 연민이나 단순 호기심으로 인한 간섭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해 주기를 원한 것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과의 사회관계속에 있지 않다고 삶이 아닌 건 아니지 않은가!

관심은 어디까지여야 할까?

무신경하기 쉽지 않은 나의 성정으로서는 그 어디 중간쯤을 찾기가 어렵다.

좀머 씨 이야기 책을 읽고 나서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는데 어제 좀머 씨와 닮은 이웃노부부 집 방문 이후에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나의 고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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