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시골생활

독일 어르신께 세배 하면 벌어지는 일 (Mond-Neujahr)

by 검은양(黑未) 2024. 2. 10.
반응형

설날명절이 되면 유달리 더 외롭게 느껴지는 건 해외살이 가 녹녹히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족 간의 온기와 정 을 느끼기엔 너무나 이질적인 문화 탓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사람 사는 세상에 인정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단지 표현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세배의 의미와 방식 

세배는 음력 1월 1일 설날 아침에 차례가 끝이 나면 남녀노소 모두 설빔이라고 하는 새 옷으로 입고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부모에게 먼저 절하고 그다음 윗사람에게 절을 하며 새해 첫인사를 드리고 설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 가면 가족뿐 아니라 설음식을 바구니에 나눠서 동네사람들에게 들고 가서 음식을 나누고 세배를 하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라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먹을게 귀했던 때에 이웃과 조금이라도 나눠서 먹고자 하는 인류애가 가득한 그때가 그립습니다. 

 

음식 나누러 갔다가 세배를 하게 되는데 그때 받아온 세뱃돈 이 쏠쏠해서 설날 세배하러갈날을 기다리기도 했어요.  

세배하는 방식 

남자는 외손이 위로 올라가게 하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합니다.

여자는 포갠 손을 눈높이까지 올리고 엉덩이를 발뒤꿈치에 붙이고  45도 정도 숙여 절을 하고 일어나서 손을 포갠 채로 일어나 가볍게 목례를 하면 돼요.

 

☞남자는 무릎을 꿇어 팔꿈치를 바닥에 붙이고 포갠 손을 이마에 대고 절을 한 후에 일어서서 마찬가지로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하듯이 하면 됩니다.

 

절 하는 횟수는 한 번만 하고 설날에는 한국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합니다.  예법에 맞게 하기 위해서는 남자는 두 루배기를 입고 절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웃집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세배를 하다

매년 날짜가 정해진건 아니지만 12월이나 1월 사이에 독일의 겨울음식 그륀콜 ( Grünkohl)을 먹는 모임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이웃집 몇 분 들과 해오고 있는데 주변이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이웃이라 시간이 갈수록 한분씩 별나라로 가시고 계셔서 마음이 아픕니다.   

 

재작년 에는 그륀콜을 가장 맛있게 만드셨던 게하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약간은 울적한 모임이 되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건 게하다 할머니만큼 그 요리를 잘하시는 분이 없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모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 바바라 할머니댁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바바라 할머니는 케이크를 정말 잘 구우시는데요, 옆지기가 말하길 바바라의 케이크는 세상최고의 맛이다라고 극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륀콜 맛은 케이크의 맛을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바바라할머니 고향에는 그륀콜이라는 음식이 없기 때문에 아마도 그 맛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들 모여서 맛있게 먹었어요. 사람들 모이면  빠질 수 없는 다른 사람의 험담 도 하고 본 투 더 시어머니처럼 저에게 잔소리 도 좀 하시기도 하고 동네사건 종합세트로 풀어놓으시며 흥미진진 재밌었습니다. 그러다 저는 문득 대화중 한국의 설날 스토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의 어르신들께 세배를 했더니 벌어진 일 

설날이라는 것이 낯선 이곳의 시골 이웃 어르신 들 평균연령 80세 이상분들이십니다. 구순이 넘어신 분도 계시고요

제가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꽤나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십니다. 구순이 넘어신 군터 할아버지는 귀가 안 들리셔서 옆에서 큰소리로 다시 설명을 해주어야 했어요.  독일어가 서바이벌 형이라 설명이 그리 순조롭게 하지는 못했기에 오히려 이분들이 집중을 해서 듣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설날에 대한 설명 을 하다가 세배를 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의자를 뒤로 젖히고 절 을 하였습니다. 바닥형 생활구조가 아니라서 올바른 절을 하지 못했지만 무릎을 굽혀 바닥가까이까지 고개를 갖다 대어 절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어르신들께서 박수갈채를 보내십니다.   

 

예상을 못하고 있어서 웃음이 폭탄처럼 터져 나왔어요.  이마에 손을 올리고 인사를 하며 원래는 웃어른이 덕담을 하는 것이지만 제가 그냥 건강과 만수무강을 기원한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또 박수가 한바탕 나왔어요.  제가 한국에서는 이렇게 절 을 하면 세배돈을 줘야한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또 진지하게 돈 을 꺼내시려고 하길래 한국의 전통문화가 그렇다고만 하며 같이 웃으며 또 박수를 치시고 다른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한국의 세시풍습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한국에 대한 문화를 알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로서는 해외살이에서 명절 때가 더욱 외롭다고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번엔 설날에 가족들이 모여 훈훈한 시간을 가지는 것과 같은 함께 식사하고 여러 세상살이 이야기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세배하고 얻은 박수는 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세뱃돈이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