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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10월 가을하늘에 별이된 김서령작가 -외로운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by 검은양(黑未) 202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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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늘 김서령 작가님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언어가 품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온도를 느낄 수 있어요. 추상적이어서 그 의미를 분석해야 할 이유도 없고 어려운 단어를 써서 사전을 뒤적일 필요도 없어요. 어렸을 적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들어왔던 말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게 도와주며 심지어 는 4D 영화처럼 소리와 맛까지 느껴지게 합니다.

 

김서령작가에 대하여

 

 

asiae.co.kr

 

김서령 작가는 1956 년 포항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칼럼니스트 이자 수필가입니다. 경북대 국문과를 졸업하여 국어교사, 기자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녀를 가장 대표하는 작품은 "여자 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를 비롯해 "김서령의 家"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참외는 참 외롭다"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작가는 활발한 활동을 하다  2018년 10 월에 암으로 향년 62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서령 작가의 마지막으로 남긴 주옥같은 말 

저는 한 신문사에서 그녀와 한 인텨뷰 기사를 보고 너무나 좋은 말이라 이 말은 두고두고 책상 앞에 붙이고  자주 들여다봤습니다.   기자가 인터뷰에서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아래와 같은 답 을 했습니다.

 

삶이 불만이고 우울할때, 사람들이 싫고 미울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다 벗어던지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혼자 있고 싶을 때, 이럴 때 그녀의 마지막 말 은 나를 꺠우는 맑은 종소리처럼 각성을 하게 합니다.

 

 

힘들 때 지칠 때 꺼내 볼 행복한 순간,   
"자원" 이 많이 쌓인 사람이 좋은 삶을 사는 거래요.
햇볕이 너무 좋은데 바람이 불고 가로수 그림자가 흔들릴때,
완전 천국 같은 순간이 있잖아요.
그걸 "파라다이스 빔"이라고 한대요.

파라다이스 빔이 쏟아지는 날, "너무 좋다"라고 말하고
누군가 옆에 있으면 증폭되는 그 순간, 그런 순간이 많으면
자원이 많다는 거예요.  
자원이 많은 사람을 살아라 , 그 말을 남기고 싶네요.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그녀의 유작이 된 "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 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행위는 어쩌면 외로움과 소외감을 치유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을 읽노라면 들기름을 두른 프라이팬 위에서 배추적이 익어가는 냄새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외로운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촉촉하게 익어서 노근 노곤 해진 배춧잎을 죽~죽 뜯어먹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 책에 나오는 생경한 단어에 눈이 갑니다.  "생속"이라는 말인데 생 속이란 아픔에 대한 내성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세상풍파를 제대로 겪지 않아 고통의 내성이 붙지 않았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누가 무슨 일에 울고 짜고 요란을 떨면 - "쯧쯧...., 생 속이라 그렇지라고 말했다. 생 속이란 아픔에 대한 내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생 속의 반대말은 썩은 속이었다. 

속이 썩어야 세상에 관대해질 수 있었다.

 

 

곰삭은 김치처럼 푹 익고 삭아야 아픔에 대하여 내성이 생기며 그러고 나면 세상에 관대해질 수 있으니 우리네의 지금의 속상함은 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는 건 아닐까요?

 

저는 생속 이라 아직은 많이 아픕니다. 울고 불고 난리를 쳐댑니다.

 

글 마무리

김서령 작가는 문체가 소박하고 정겹습니다. 그녀만이 쓰는 독특한 문체는 이른바 "서령체"라고 합니다.  한여름 마당 커다란 평상에 누워 옛날이야기 들려주는 외할머니가 되기도 하고 사부작사부작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지혜가 번뜩이는 문답을 하는 철학가 같기도 해서 그녀의 작품은 내 침대 곁에 놓여있는 책들 중 하나입니다. 

 

참외는 참 외롭다 를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참외가 이렇게 외로운 존재인지 다시 눈여겨보게 됩니다. 참외의 꽃이 필 때 싱그럽고 청량한 그러나 홀로 꽃이 피어나지만 꼿꼿한 강인 함이라니... 이제는 참외의 계절은 지났으나 다음 해에 필 꽃과 그 열매를 기다리며 얄궂은 가을날을 견뎌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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