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즉 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걸 의미합니다. 영어로는 Total Lunar Eclipse인데 저는 예전에 보니 테일러가 부른 Total eclipse of the heart를 자주 우리나라에선 흥얼거렸기에 아주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개기일식과 월식의 차이이긴 하지만요.

북해와 엘베강 이 만나는 제가 살고 있는 이곳에는 운하를 연결하는 수문이 있습니다. 부우웅~~ 하는 뱃고동소리를 매일 듣고 있답니다. 안개가 많이 끼는 날엔 특히나 경고음 같은 긴 배의 경적소리가 하루 종일 들리지요.
큰 유람선이 지나갈 때는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크고 화려한 배를 구경하기 위해 수문옆 둑 쪽으로 몰려와서 자리를 펼치고 사진 찍을 준비를 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풍경을 볼 때면 저는 이 동네는 아마도 시대를 어느 정도 역행해서 가고 있어 1980년대 속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개기월식 블러드 문을 보기 위해 약 4킬로 정도 이어진 수문을 지나 둑이 등대 있는 곳까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8시가 되면 월식이 시작되리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 시간엔 아직 태양이 너무나 화사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둑 오른쪽에 엄청난 숲사이로 태양은 절대 질 수 없다는 듯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큰 나무들이 빛을 잡아먹으려 어른손바닥보다 더 큰 나뭇잎들로 가리고 있으나 빛은 가려지지 않네요.

8시 30분쯤 되자 서서히 석양이 집니다. 엘베강은 저 멀리 북해와 해후를 하고 석양을 잉태하여 어둠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독일의 가장 서쪽 끝 작은 바닷가마을이 이토록 아름다운 이유를 묻는다면 북해北海 의 석양이라고 말을 하고 싶어요.

4번 등대 뒤로 화물선 배들과 함께 노을이 지고 이제는 서서히 어둠이 깔려옵니다. 한 지점에서 완전히 다른 풍경을 번갈아 가며 볼 수 있습니다. 수문이 있는 쪽은 배에서 나오는 빛과 더불어 여러 조명들이 있어 색감이 다른 저녁풍경을 선사합니다.

등대 1의 다른 방향에서 달 이 올라올 것이라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습니다. 푸른 바다(강)와 푸른 하늘 이 붉어질 달을 어찌 감내해 낼지 흥미진진합니다.

배가 쉼 없이 오가고 있는 사이 가리어진 달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블러드문이라고 햇 새빨간 달을 기대한 것과는 달리 살짝 붉은 정도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붉어지긴 했는데 이상하게 무서워지고 화가 나고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달이 피를 흘리고 있다는 망상까지 들면서 보고 있는 게 점점 울적해지려고 하더라고요. 분명 이건 에너지장난일 겁니다. 거기에 휘말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붉은 연분홍치마라고 상상하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완전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좀 더 선명한 모습의 개기월식이 나타납니다. 오히려 이때가 기괴하지 않고 편안한 풍경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억에는 개기월식을 처음 보는 거라 설렘이 많았습니다. 뭔가 늑대가 어디선가 나타나 사람으로 바뀌거나 기이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했거든요.

한국에서 개기월식이 2022년 11월 8일에 있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여기선 보지 못했고요, (아마도 다른 일에 빠져있어 뉴스를 놓친 것 같아요) 다음 개기월식은 2026년 3월 3일에 있을 것이라니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독일 날씨로 볼떄 3월 3일 날의 개기월식은 못 본 확률이 높습니다. 이즈음 날씨는 최악 중에 들어가는 달 이기 때문이죠.

마지막 손톱 같은 이모양을 보고 방 안으로 들어왔어요. 북독일에선 완전히 가려진 모습은 못 보는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으스스한 분위기의 달님입니다. 저는 그저 해맑은 밝디 밝은 달의 모습이 더 좋습니다. 이렇게 붉은 달로 비치는 게 지구대기에서 나타나는 노을의 붉은빛이 달에 비춰서라고 하던데 노을과 달은 그리 좋은 궁합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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