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독일에 왔을 때 지인이 한국인이 쓴 책 이라며 책을 선물을 해주었다.
내용이 한국에 관한것이라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이 책은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니 그의 부모님이 읽은 책이라며 내가 한국에서
온 걸 알고 좋아할 것 같아서 선물한다고 했다.
뮌헨 출신인 그 는 자기도 읽었는데 한국에 대한 풍경과 문화에 대해 아름답게
쓰여있어 흥미로웠다고도 했다.
난 솔직히 좀 놀라웠다.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K-POP으로 한국이
알려졌을 때도 아니고 한국은 북한만 아는 사람이 더 많은 때였었다.
큰 대도시가 아니면 한국이 아주 드물게 알려진 상태였다.
그 당시엔 책을 받아놓고 의무감에서 읽어보긴 했으나 감흥을 나는 느끼지 못했다.
어휘력이 달리어서이기도 했고 그때는 이런 유의 내용이 지극히 관심을 붙들어놓지를 못하였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얼마 전부터 이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
Foto von 최서우
압록강은 흐른다 이야기
겉표지는 조선시대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미륵 이 ( Mirok Lee)라고 작가 이름과 'Der Yalu Fliesst" 압록강은 흐른다
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이 작품은 교과서에 부분적으로 나와있거나 문학작품에서 간간히 다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알려진 만큼 한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다.
책의 부제는 "나의 한국에서의 유년시절 " 로 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성장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첫 장은 어린 시절 개구쟁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린 사촌수암과 의이야기를
시작으로 총 24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서정적인 삽화가 그려져 있다.
단순한 서술형태라기보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듯 은은하게,
계곡의 물이 흘러내리듯 시원하게, 한국의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글을 읽고 있는데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엄격하면서도 신식사고를 지닌 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우거나 두 어머니를 가진 이야기,
한국의 토속적인 풍습, 불교와 연관된 이름의 유래, 전통적 윤리와 관습 등 이 잔잔한 호흡으로 쓰여있다.
구한말의 시대적 상황은 나라를 잃은 아픔과 아버지의 죽음과 더불어 그의 인간적 고뇌와 아픔을 더욱 키웠다.
그러다 3.1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쫓기게 되자 어머니의 권유로 압록강을 건너 중국을 거쳐
독일로 들어오게 된다.
배를 타고 긴 항해동안의 이야기와 독일도착 후 정착과 삶 의이야기는 한인 간의 대서사시로서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미륵 은 누구인가
출처:이미륵기념사업회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 미륵은 대지주 이동빈 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이 의경이며 미륵은 아명으로서 그의 엄마가 38세 때 아들을 낳기 위해
미륵보살을 찾아 백일기도를 드린 끝에 얻은 아이라 그 이름을 얻게 되었다.
경성의전을 다니다가 3.1 운동에 연루되어 일본경찰의 추적을 피해 밀선을 타고 중국에서
여권을 얻어 독일로 망명을 가 빌헬름이라는 독일전도사의 도움으로 뮌스트슈바르차하 수도원에서
8 개월간 머물며 언어를 익히고 뷔르 쳐 부그에서 의학 공부를 계속하고
하이델베르거 쳐 뮌헨대학에서 동물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졸업 후 그는 전공과는 다른 문학 작품활동을 하였다.
한국이야기를 독일어로 문예지에 올리기 시작했다. 문체로서 독일에 한국을 심은 것이다.
이미륵의 독일생활과 작품
독일에서 이미륵은 자일러교수집에 기거하면서 "한국의 어느 골목의 밤" "열녀문" "한국과 한국인" "주인과 하인"
등 다수의 작품을 썼다.
1946년에는 드디어 그가 써놓았던 "압록강은 흐른다" 작품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피퍼 출판사에서
출간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순식간에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다른 나라에서 읽혔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에 신비한 동양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정과 생경한 풍습과 포근한
고향의 이야기는 이들의 호기심과 함께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가 책을 쓰는 작업을 하는 동안에 그의 주변에는 좋은 스승과 친구, 제자들이 도움을 많이 주었다.
이미륵 스스로가 타인의 불행을 그저 지나치지 않는 성향의 사람이며 도움을 주는 것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머물던 때는 히틀러가 장악한 살벌한 나치정권 아래 있었다.
독일 내에서 반나치운동이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을 때 목숨을 걸고 그들을 돕기 위한 참여활동 을 하고
벨기에 민족대회에 참석 직접태극기도 그리고 일본의 만행을 만천하에 알리는 일을 하였다.
또한 반나치 제자를 도운 혐의로 사형을 받은 당시 뮌헨총장 후버 씨의 집에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가
가족을 위로하는 참으로 인간적이며 의리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독일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로서는 우리의 일제강점기의 모습과 나치정권의 상황이 다르지 않아 이들에게 동시대의 깊은
공감대를 가졌으리라고 여겨진다.
현재의 이미륵
출처:이미륵기념사업회
1950년 3월 20일 51세의 나이로 해방된 조국의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뮌헨 그래펠핑 묘지에 묻혔다.
그의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음의 한 면을 보여주는 후담이 있다.
그가 자주 들렀었던 대학뒷골목에 있었던 고서점 여주인 힐레볼모르 는 그가 죽으면 꼭
이미륵묘소뒤에 묻게 해 달라는 유언을 하여 그 유언대로 그의 묘소뒤에 묻혔다.
뮌헨대학에서 한시와 서예를 가르쳤던 그는 많은 문하생들을 두고 있다.
천재적인 서체능력과 다양한 지식을 겸비한 그를 좋아하고 따르며 붓을 들고 써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한자를 뼈다귀글자 라 부르며 배웠다.
출처:이미륵기념사업회
독일에 이토록 많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심어놓은 이 미륵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뒤에 서서
느껴지는 울분과 인간에 대한 애정, 그리고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사유하게 되었다.
현재의 독일에 사는 나는 또 다른 이미륵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를 뒤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독일에 살며 70년도 훨씬 더 된 이전에 이 나라의 언어로 베스트셀러를 낸
슈퍼스타 이미륵을 흠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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