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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독일 시골동네의 달리기 대회는 왜 인기가 있을까?

by 검은양(黑未) 2023.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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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대회가 연중행사에서 빠진 적이 없다.

동네사람들이 아마도 한번씩은 다 뛰어봤지 싶다.

이제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뒤를 보며 뛴다.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을 막아놨다.

아차.. 그렇지 오늘 11시부터 달리기 행사 때문에 도로를 막으니 참고하라는 말 옆지기가 했었다.

그 노트를 깜빡 한 덕분에 근처에 차를 두고 집까지는 걸어서 왔다.

 

행사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몇시간후에 차를 가지러 가기로 했다.

음악소리 와 함께 부모나 가족의 응원단 이 길가에서 물을 들고 서 있었다.

근교 초등학교 아이들 이 거의다 참가하였기에 도로가 꽉 찼다.

제법 뛰는 폼 을 하고 달리는 어린꼬마 아이들이 귀엽다.

 

 

                                                                                 photo by 최서우

 

 

 

땀을 흘리며 달리는 아이들 사이로 신나는 음악이 기운을 돋우고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지치지 말고

템포를 유지하라고 격려도 하였다.

저학년 아이는 한바퀴만돌고 끝을 내었고 그 외에는 동네를 몇 바퀴 돌았다.

매번 느끼지만 이곳사람들은 운동경기 중에 유난히 "달리기"에 열광을 하는 것 같다.

아니 열광이라기 보다 참여비중이 높다는 게 맞는 말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후원도 많다.

 

난 15여년 전에 5km 달리기 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주민들과 함께 체력단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미리 훈련을 했었다.

나의 체력으로선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었기에 흥분되고 설레었다.

2.5 킬로를 넘어서자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내리쬐는 태양에 머리칼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다리가 심하게 아파오고 심장이 터질려고해서 고통스러웠다.

4 킬로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땐 약간 혼미해지고 그만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갈등이 일어났다.

그즈음 밴드팀이 옆에서 붙어 북을 큰소리로 두들기며 힘을 내라고 부추겼다.

엄청나게 큰 북소리와 사회자의 응원은 힘이 되었다.

북소리에 맞추어 속력을 내어 마지막에 들어올 때 희열이 느껴졌다.

그리고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물이 났다.

이런 게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 인 것일까?

42.195의 마라톤 거리도 아닌 겨우 5 km의 거리로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겠지만 앞서 말했지만

평소 심히 저질체력을 가진 나로서는 그 5 킬로미터가 42.195 km 인 것이다.

그때 함께 뛰었던 사람들에게도 무한 애정이 솟는 이상한 감정이 생기는 걸 보면서 어쩌면 이런 것 때문에

무심한 이 동네에 "달리기 대회"가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세계적 작가로 키운 게 마라톤이다라는 말이 있다.

달리기를 축으로 한 문학과 인생의 회고록 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나면

왠지 하루키처럼 글을 잘 쓸려면 달리기를 오늘부터 당장 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그러나 정작 사실 책에서는

그는 달리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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