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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독일에서 생일의 의미

by 검은양(黑未) 2023.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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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곧장 일어나기보다 침대에 누어서 공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해결해야 할 일이 안되고 잠이 들었을때인데요 눈뜨면 해결안 된 일들이 버젓이 탁자 위에 널브러져

있을 텐데 아침부터 그것을 마주해야 한다는 게 싫어서 잠시 상상으로라도 그 문제가 해결되는

그림을 그려본다든지 아니면 희망사항을 투영해서 스토리를 하나 만들어 낸다든지 하지요.

 

이건 꼭 뭔가 중요한 일이 아닌 아주 사소한 거라도 내가 원하는 바가 있을땐 머리로 그림을 그리며 상상을 하고

그렇게 하면 기분이 좋게 침대에서 일어나게 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오늘은 나의 생일입니다.

미역국을 먹는다면 좋을것같습니다.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홍합을 넣은 미역국을 끓여놓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 살아계실땐 늘 나의 생일 때마다 내가 집에 있건 없건 생일밥상을 차려 방 한편에 두셨습니다.

오곡밥과 생선한마리 와 각종나물이 빠진 적이 없었죠.

 

그 밥상이 오늘 우리집 식탁에 차려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편도 일을 가고 아무도 없는 집에 생일날 아침을 혼자서 맞이하는 게 조금은 쓸쓸하다고 여겨지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잠에서 깨였을때 침대에 누워 그림으로 상상을 합니다.

참기름 동동 떨어뜨린 까만 미역국, 노릇노릇 잘 구워진 조기, 노지에서 나온 달콤한 시금치나물,

베토벤의 올림표 같은 콩나물, 고소한 무우나물 들로 차려진 생일상 이 차려져 있는 이곳의 식탁을요.

 

 

독일은 생일을 비교적 중요하게 생각하고 서로 꼭 챙깁니다.

가족끼리만으로 국한된게 아니라 친구나 지인들 모두에게까지 생일날엔 가장 유연하고 너거롭고

다정해집니다.

제가 깜짝 놀란일이 한 스포츠동호회에서 평소 내게 그렇게 불친절하고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그날 우연히

내 생일날 모임이 있어 무심히 던진 나의 생일 이라는 말에 그 많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잔을 들고

독일의 생일노래(처음 들어보는 노래였어요)를 크게 불러주며 축하를 해주었던 일이었어요.

한없이 순수해지며 다정해졌던 이들의 반응에 마음 같아선 매일매일이 생일이 고픈 마음이 들었지요.

 

생일유래와 각나라별 생일전통 축하파티 방식

 

중세유럽에는 생일축하는 특정계층 들만 누리는 호사함이었고, 일반인들이 축하행사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하네요.

그래서 서민들이 생일축하하는거에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두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각 나라의 전통 생일파티를 살짝 엿볼까요?

남미의 일부 국가에서는 피냐타 생일파티가 있는데 나무에 사탕이나 과자로 가득 찬 걸 매달고 그것이

떨어질 때까지 막대기로 때려 떨어지게 하는 겁니다.

영국에서는 특별한 조각난 케이크를 만들어 그 조각을 손에 잡는 것에 따라 행운을 예측하기도 한답니다.

미국에서는 16번째 생일, 특히 소녀들이 Sweet Sixteen 파티를 크게 하는 것같고요,

영화나 미드에서 많이 보듯이 케이크접시에 얼굴을 담그고 사진찍는것 (이건 현대에 와서 소셜미디어영향인듯해요. )

여자들이 티아라와 투투를 입고 이런 이벤트를 많이 한답니다.

독일에서는 생일 전에 축하가 불운을 가져다 준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생일이 지나고 나서 축하하는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에 지난 후에 생일축하도 많이 해요.

받는 사람도 기어이 즐거이 받아들이죠.

저도 어제 생일축하 글 온 것들을 오늘아침에야 읽었습니다.ㅎㅎ

 

생일날 친구로 부터 받은 시 하나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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