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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설탕 뿌린 토마토의 추억

by 검은양(黑未)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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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거의 갈무리되어가고 있는 토마토를 몇 개 따왔다.

사람의 모습이 나라마다 다르듯 과일도 그나라에선 생김새가 좀 달라진다.

향수병을 달래기 위해 시골에서 어렸을때 먹었던 토마토 품종과 비슷한 것을 작년에 심었다.

이탈리아 상점에서 작년에 비싸게 주고 사 먹었던 토마토를 씨앗 골라내서 보관해 놨다가 심었더니

올해 수확이 좋게 열렸다.

 

토마토는 알다시피 영양분이 풍부한 과일 아니 채소이다 (미국대법원에서 채소라고 판명된 것 이라고 함)

토마토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보면 옛날엔 악마의 열매라고 칭했다한다.

이유는 맨드레이크라는 독초와 닮아서이다.

중세시대에는 맨드레이크가 마취제로 사용되었으며 맨드레이크 뿌리에는 환각과 최면을 일으켜서

많이 먹으면 질식사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내겐 영양성분에 앞서 과일이 귀하던 시절에 엄마가 토마토에 설탕 솔솔 뿌려주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여름땡볕이 내리쬐는날 수박맛도 지칠 때 산비탈에 수박옆에 지지대 세워 시퍼런 잎이 이리저리 엉켜서

자라고 있던 토마토를 몇개 따오셨다.

외할머니댁에는 감나무아래에 샘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물은 얼음처럼 차가워서 마시면 이빨이 시렸다.

샘물에 씻은 토마토는 더욱 싱싱해져 색깔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엄마는 나란히 썰은 토마토 위에 하얀 설탕을 뿌려서 주셨는데 그 마법과도 같은 단짜 의 맛이라니...

4형제는 각각 두 개씩 만 먹는 걸 허락해서 조금이라도 더 큰 조각을 가지기 위해 쟁탈전을 벌인 기억도 있다.

어느 때부턴가 설탕에 토마토는 영양성분 파괴한다고 방송에 나옴으로써 더 이상 이렇게 먹지 못했다.

오늘은 그 추억을 먹고 싶어서 설탕을 솔솔 뿌렸다.

엄마의 손길을 기억하며, 그리고 그때 4형제의 오손도손 모여 앉아 먹던 그 시공간을 떠올리며 입에 한 모금 넣었다.

그때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단짠의 맛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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