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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한국엔 할머니의 백설기 떡 독일엔 오마 의 마모쿠헨

by 검은양(黑未)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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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백설기와 독일의 마모쿠헨

 

 

백설기 떡을 좋아한다.

추석 때 시골에 가면 외할머니는 백설기를 집에서 만드셔서 내놓았다.

백설기 외에 시루떡이나 송편 등도 있었지만 내 마음은 늘 백설기 쪽에 있었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외갓댁을 방문할 때 운이 좋은 경우엔 시루에 떡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구경하기도 했는데

옆에서 한잎 떼어다 입에 넣어주시던 거친 할머니의 손 모양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손수 불을 지피고 쌀을 씻고 빻은 것으로 떡을 만들던 손맛이 듬뿍 베인 백설기맛을 더 이상

누릴 수는 없지만 아련한 향수로 기억을 되돌린다.

백설기는 하얀 색깔에서 볼 수 있듯이 신성한 날에 쓰인다.

예전엔 백일떡 에 올려서 아기의 건강을 기원했고 산신제를 지낼 때나 고사를 지낼 때도 올렸다.

내가 왜 유달리 백설기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딱히 설명은 못하지만 아마도 다른 탁함이 섞이지 않은

새하얀 색 이 왠지 신의 음식처럼 느껴져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맛으로 보자면 팥시루떡이 훨씬 화려하지만 그보다 온전히 순수한 백설기가 그때는 좋았었다.

 

 

 

                                                                                 ameblo.jp

 

독일에 온이후론 백설기 떡을 거의 먹어보지 못했다.

요즘처럼 한국음식 이 온라인으로도 냉동된 것일지언정 원하면 쉬이 사 먹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는 먹고싶지는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갖지은 백설기는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

 

시어머니는 음식솜씨가 그닥 좋으시지는 않으신대 빵이나 케이크는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게 하신다.

언젠가 백설기에 색깔을 입힌듯한 케잌을 한번 해준 적이 있는데 아주 단순한 모양의 케이크이었다.

마모쿠헨 (Marmokuchen) 이라는것이었는데 맛이 정말 좋았다.

 

 

 

모양으로 봐서는 만들기가 쉬울 것 같아서 당장 요리책을 펼쳐서 해보았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해주신것보다 맛이 덜했다.

전화를 해서 레시피가 특별히 있을까 해서 물어봤더니 OmasRezept(할머니의 레시피) 비법 라며 알려주셨다.

이후에 다시 해봤더니 진짜 맛이 그때의 맛이 살아났다.

백설기의 향수를 대신할 독일 떡 이 나타난 것이다.

내용물 은 전혀 다른것이지만 기본 오랫동안 맛으로 전해져 내려온 것만으로 나의 할머니를 그리워하듯

독일사람들은 그들의 할머니를 이 음식을 먹으면서 기억할것이다.

 

내식대로 난 마모쿠헨 (Marmokuchen) 을 독일 떡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쵸콜렛 과 밀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독일떡 은 이곳에서 얼마전 추석 날에 맞추어서 만들어서 먹었다.

추억 은 나만의 앨범을 창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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