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독일 가을걷이 끝난 벌판은 밀레의 만종그림 같다.
가을은 성큼성큼 아주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까지 내리쬐던 햇빛은 힘이 많이 빠졌네요. 햇살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는 건 세월을 무겁게 먹었다는
뜻일 겁니다.
정원의 과일나무 들은 마지막 힘까지 내어 열매를 익히고는 노랗게, 붉게 노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비가 몇 번씩 내리면서 가지에 걸려있던 배 들은 땅의 중력에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이제 까마귀를 위한 한두 개 의 배 만 달려있을 뿐입니다.
포도와 사과도 수확을 서서히 하고 있습니다.
작은 정원이라 소소한 량 일뿐입니다.
그러나 둘만 먹기는 량이 많아서 나눕니다.
늘 그랬듯 이웃들과 나누면서 올해의 수확량과 맛에 대해 그들과 수다를 떱니다.
사과는 예전에 비해 수확량이 3분의 1로 많이 줄었고 배도 그렇네요!
포도만 알알이 예전과 같은 량이었으며 맛은 올해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 과일들은 바람과 비와 햇빛이 만들어준 것입니다.
그리고 벌의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나는 그저 자연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는 것 같습니다.
엊그제 에는 이제 막 수확을 끝낸 벌판을 보고 왔습니다.
해가 뜨는 아침에 본모습이 마치 저녁석양과 도 같아 보입니다.
붉은 해가 아침이슬을 아이처럼 보듬으며 내려보고 있었습니다.
데메테르와 아폴론이 만들어낸 들녘엔 밀레의 만종이 걸려있습니다.
단지 저녁이 아닌 아침에 , 시간을 초월해서 만들어진 그림입니다.
북독일 슐레스비히홀스타인의 만종 아니 새벽종 농부가 하루일을 마치고 감사를 드리는 모습을 그렸다고 알려진
만종은 1932년 한 정신이상자가 그림을 칼로 찢어 복원하는 과정에서 감자바구니로 그려진 아랫부분에 아기가
들어갈만한 관 모양의 밑그림이 있는 게 발견됨으로써 이전의 그림에 대한 평가가 농사의 경건함이나 수확에 대한
감사만을 표현한 게 아니라 농민의 고단하고 가난한 삶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라는 새로운 평을 얻게 되는 그림입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벌판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풍요로워야 합니다.
나의 삶에 만종 그림은 감사할 그림일까요? 아님 고단하기만 할까요?
아직 추수를 하지 못한 삶이라 궁금합니다. 곧 가을걷이가 될 터인데 낱알이 알알이 영 걸어 익기를 기대해 봅니다.
북독일의 만종 이 아닌 밀레의 프랑스 노르망디의 만종그림을 보며 모두가 수확의 감사함이 있는
가을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사진출처: art.whitecanv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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