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내리는 일상은 심오한 철학적 태도이다
커피를 갈아서 거름망에 넣고 주전자로 물을 천천히 내리다 보면 이러한 의식이 마치 종교의식처럼 성스럽기까지 합니다. 커피 향이 부엌을 지나 열어놓은 거실 문 안으로 삐집고 들어가서 금세 공기는 커피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여유란 마음의 영역임이 확실합니다.
뚜렷하게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미친듯 날뛰는 쌩바람의 고삐를 내가 잡을수 있는것도 아니고 머리 풀어헤치고 미친 듯이 허파까지 내보이며 뒤집는 파도를 무슨 수로 진정시키겠습니까?
내가 할 일은 그저 바라보는 것인데, 아무렴 그 지랄을 보지도 말고 우아하게 커피 내려 마시는 게 훨씬 생산적이었을 터입니다.그러나 그럴 마음의 여유가 바늘구멍 하나 들어갈 만큼도 없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내린 커피 찻잔을 앞으로 당겨 마시려 하다가 이럴 땐 배경음악이 필요할 것 같아 문득 생각난 바흐의 커피칸타타를 틀었습니다. 저는 주로 조수미가 부른 곡으로 듣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장 이브 보르디에(Jean-Yves Bordier)버터 처럼 고급져서 커피맛을 정점으로 올려놓는다고 느껴집니다.
바흐의 커피칸타타 를 아십니까?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아름다우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19세기 프랑스의 작가이며 외교관이었던 탈레망 이 한 커피예찬입니다.
커피애호가로 유명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주로 종교음악을 많이 작곡하였습니다. 독일교회에 가서 늘 익숙하게 듣는 곡이라 집에서 사실 저는 웬만하면 잘 안 틀어놓습니다. 엄격히 따지고 보면 바흐의 곡이 교회에서 연주되는 것과 일반사교모임에서 연주되는 곡이 다르게 있으므로 모든 곡이 교회곡은 아닙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이야기
바흐는 하루 30잔 이상씩 커피를 마셨다고 전해집니다. 독일이 커피생산국을 식민지화하지 않았기에 커피가 유행하던 초기에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커피값이 비쌌었답니다. 커피 한잔 가격이 노동자 하루일당과 맞먹었다는 말이 있어요.
그토록 좋아하는 커피이지만 당시에 커피가격이 너무 비싸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바흐는 늘 아쉬움이 많았었겠죠? 그러던 중 그가 일하고 있던 라이프치히의 '침머만 커피하우스'의 주인이 홍보용 곡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곡이 오늘날의 유명한 이 '커피 칸타타'입니다.
오래전 유럽의 커피에 대한 소문
커피가 유럽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가격이 비싸자 갖가지 불온한 소문을 내어 커피의 확산을 막으려 하였다지요. 커피 많이 마시면 얼굴이 검어진다든지, 여성들에게는 불임의 원인이 된다고 하여 겁박을 하기도 하였어요.
그런데 커피맛에 빠지면 그 마법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으니 커피 마니아가 늘어만 갔어요. 바흐가 만든 커피 칸타타 오페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커피맛에 푹~ 빠진 딸 에게 커피를 못 마시게 하기 위해 잔소리를 넘어 압박을 하는 것만 봐도 커피가 당시에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가 있죠.
커피를 좋아한 음악가는 베토벤과 브람스 또 로시니도 있습니다. 그중에 베토벤은 유별났습니다. 커피콩 60 알을 알알이 세어서 커피잔에 정성껏 내렸다고 합니다.
커피칸타타에 대하여
커피칸타타의 원제는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조용히 해, 수다 떨지 마시고)이며 작품번호는 BWV 211)입니다. 시인 ‘크리스티안 하인리치 피칸더’(Chrisitian Friedrich Heinrici Picander, 1700-1764)의 시에 바흐 가 곡을 붙여 만든 곡이에요.
칸타타가 이탈리아어 노래하다’(cantare)에서 유래한 장르로 커피칸타타는 오페라에 근접해 있습니다.
짧은 오페라라 듣기도 부담스럽지 않지만 내용을 몰라도 아빠와 딸 이 둘의 티키타카 노래가 경쾌하게 들립니다.
커피 칸타타 내용입니다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가 해로우니 마시지 말라고 말하였지만
그의 딸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커피는 키스보다 더 달고 술보다도 더 부드러우며
마음을 기쁘게 해 준다고 커피 타령을 한다.
결국 아버지는 굳게 마음을 먹고 커피를 끊지 않으면
시집도 안 보내며, 옷도 안 사준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마지막에 가서 둘은 화해하고 커피를 안 마시는 대신
신랑감을 구해주는 것을 합의한다.
그리고 딸은 이렇게 얘기한다
"커피 마시게 해주는 남자와 결혼하면 되지!!"
글 마무리
특히 저는 노래가사 중에서 " 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sse"
아~ 커피가 얼마나 달콤한지(맛있는지) 아~아~아~
요 부분에선 진짜 커피가 진짜로 달콤하게 맛있어지는 구간이라서 귓가에 캔디가 되어 커피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아요!
인스턴트커피브랜드 이름으로도 나왔던 커피칸타타 라 아마도 이름은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오늘은 바흐의 곡과 함께 커피를 마셔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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