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달리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게 일어났다.
따뜻해지니 잡초가 막~꽃을 피우면서 공기 중에 날아다녀서 아무리 몸을 사려도 바깥공기의
접촉을 피할도리가 없다.
알레르기로 인한 재채기는 과히 대포소리와 비교될만하다.
스멀스멀 코가 가려워오며 온몸이 조여 오는 재채기하기 전 전조가 있으면 얼른 남편에게
귀 막아라고 경고한다.
내 재채기 소리때문에 고막이 터져나갈 뻔했다고 볼멘소리를 하였기에 이후엔 웬만하면 미리 알려준다.
그것도 준비없이 재채기 나오면 대책이 없다. 한 번으로만 끝내지 않고 보통 서너 번이 이어지기에
그로 인한 에너지소모가 크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여간 민폐가 아니다.
이렇게 되니 요리를 할 엄두가 안 생긴다.
밥 만 간신히 해놓으면 나머지는 냉장고의 남아있는 재료나 그거라도 없으면 김치하나만으로 비빔밥을 해 먹는다.
원래는 내가 좋아하는 비빔밥의 형태는 무생채무침과 콩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인데 아쉽게도
이곳의 무는 단무지 무밖에 없다.
사진 출처 Reinsaat
이렇게 생겼다.
몸매 날씬한 이 무는 보기에 좋아도 맛에 있어서는 개인적 소견이지만 무본연의 맛이 없다.
조선무에 비해 단맛도 없고 껍질이 억세고 물기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무생채해도 기대한 맛이 안 난다.
콩나물 은 태국에서 수입한 병에 들어간 삶은 것 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비빔밥 재료로 쓰기엔 물러서
안 쓰는 게 낫다.
이 중요한 두 가지 가 빠진 비빔밥이 뭔가 허전하고 매력이 없는 듯 하지만 다른 재료의 부실함을 다
덮어버릴 찐빵의 앙꼬 같은 핵심이 바로 고추장이다.
맛있는 고추장 하나만 있으면 여름에는 밭에서 상치나 아무렇게나 (독일에서 적응력 탑 인 ) 돌나물을
뜯어와서 밥 위에 넣고 영양을 고려해서 화룡점정으로 계란까지 올리면 잘 차려입은 레드카펫의
여우주연상 감의 한 끼의 식사가 완성된다.
상치나 채소를 텃밭에서 구할 수 없을 땐 아보카도를 썰어 넣어도 고추장과의 기가 막힌 화합이
입안에서 잘 이루어진다.
픽사베이 사진
비빔밥의 묘미는 조화와 어울림이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서로 얽히고 섞이면서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여러 맛 이 어울리면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비빔밥은 그래서 참 매력적이다.
아무 하고나 친해지고 적대감이 없는 비빔밥 같은 사람이 나도 되고 싶다.
오늘은 서로 어긋나고 불일치하는 사람과 비빔밥을 먹으며 화해를 청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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