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귓가에 울리는 새소리 때문에 새벽을 박차고 일어났다.
"고마해라 제발~"
새 가 나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나는 못 알아듣겠고 그들은 떼거리로 몰려와서 게으른
내 이부자리를 벗겨내었다.
새 의 언어를 배우든지 해야겠다.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는 소음으로 밖에 인지가 안된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독일어를 못알아들을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죄다 공격적으로 들렸었다.
그 언어는 강요와 억압과도 같았다.
그래서 어학원을 등록하고 서투른 운전솜씨로 시골길을 달려 말을 배우러 갔다.
그때가 5월이었는데 이민자들을 위한 학비보조금 이 나오는 시민학교였다.
시민학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시내에서 떨어진 외각에 있어서 주변은 황량했고
다른 편의시설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들어간 초급반 에는 80퍼센트가 러시아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의 수업태도는 아무도 못 말릴 만큼 막무가내였다.
선생님은 독일어로 설명하며 대답을 유도해 보지만 꿋꿋이 러시아어로만 답을 했다.
거의 한 달 내내 그러다가 두 달 즈음에 되었을 때 띄엄띄엄 독일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독일어가 잘 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반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가족구성원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며느리와 아들 삼촌이었는데 할아버지라 해도 60대 라 건장하여 성격도 불같아서
선생님과 맞짱 뜨며 수업분위기 험악하게 한 적이 서너 번 있었다.
견디다 못한 내가 선생님 말 좀 듣게 당신들 좀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가 소위말해 "밤길조심하라는"
러시아말과 수신호를 들어야 했다.
학교 들어가는 입구에 Flieder (라일락 )이 몇 그루 양쪽에 있었는데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면서 꽃도 함께 피어난다.
5월 중순쯤엔 꽃이 활짝 피어 향 이 교실 안으로 스며 들어오면 딱딱한 분위기를 보들보들하게 하였다.
이 꽃이 아니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으리라...
주로 연한 보라색이나 짙은 보라색이었는데 신비한 색깔만큼 향도 독특한 매력이 있어 지금도
나는 플리다(라일락)를 좋아한다.
최서우 가 찍은 Flieder 라일락
약 두세 달가량 독일어 보다 러시아어를 더 많이 들었던 어학원 생활은 내가 중간시험을 쳐서 다른 반으로
성급되어감으로써 험란한 어학원초급반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수요일이다.
수요일에 태어나서 그런지 수요일이 되면 설레고 뭔가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다.
지금껏 해오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아침식사 의식이 치러진다.
반으로 자른 빵에 야생딸기잼을 두 겹을 바르고 푸른곰팡이치즈를 다른 반쪽 빵에 발라 한 겹으로
만들어서 준비해 놓고, 또 여러 가지 잡곡이 들어간 schrotbrot(슈롯브롯) 빵 한 조각 위에 삶은 베이 큰
을 올려 같이 먹는다
큰 사발 같은 잔에 듬뿍 커피를 따러서 마시다 보면 내 몸이 커피물로 스며들어 피부에서 커피 향이 나는 것 같다.
chefkoch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었다.
오늘도 다이어트는 걸렀다.
그러나 뽀숑뽀숑 새로 태어났으니 그걸로 된 거다.
오월이 잘 익어가고 있으니 내일은 목요일의 익은 오월을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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