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주말입니다. 왜 기다렸냐고요? 케이크를 맛있게 만들기로 유명한 바바라 아주머니와 애플케이크를 같이 만들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날짜를 받아서 토요일 만났습니다. 우리 정원에서 갓 딴 사과를 가지고 그녀의 집에 방문을 하였어요. 애플케이크는 만들기도 쉽고 딱히 테크닉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굳이 배울 게 있냐면서 손사래를 치시긴 하셨는데 제가 졸라서 해달라고 했어요.
사과파이 혹은 케잌 (Apfelkuchen, 아펠쿠헨)에 대하여
독일엔 사과가 많이 나서 그런지, 아니면 기후조건상 사과가 유일하게 늦은 가을까지 생산이 가능해서인지 사과를 이용한 케이크를 대중적으로 많이 해 먹는 것 같습니다. 사과가 유달리 맛있어서 저는 거의 생으로 먹는걸 더 좋아하지만 매일이 축축한 11월로 접어들면 단맛이 강한 군것질이 더 떙기기 때문에 이때에는 역시나 케이크를 만들어 먹는 게 더 좋습니다.
사과를 이용한 케잌방법중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슈투델 (Strudel)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헝가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얇은 반죽을 여러 개 겹쳐서 속에 사과를 넣어서 구운 것인데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정말 절로 행복해지는 맛입니다.
제가 이 슈튜델 을 꼭 소개하고 싶어 바바라아주머니와 케이크 만든 이야기를 깜빡했네요. ㅎㅎ 아무튼 저는 앞치마를 두르고 공책을 준비하여 꼼꼼히 레시피를 적었습니다.
올해 팔순 인 바바라는 호기심도 많고 쾌활하십니다. 역시 안늙는 이유는 "호기심" 일 것이라는 이론적 주장에 긍정할 만큼 나이보다 훨씬 젊습니다. 사과만 제가 가지고 갔고 그 외의 재료는 그분께서 준비를 해놓으셨어요.
" 사과케잌 마이스트 (선수?)될 준비되었어?"이라며 웃으며 농담을 먼저 건네십니다.
"그럼요 이렇게 야무지게 준비했죠~"
"자~ 그럼 시작해보자구"
바바라 스승님께선 설명을 하시면 그대로 따라 합니다. 직접 해봐야 확실히 습득이 가능하다며 혼자 해봐라고 했어요. 정말 공감합니다!! 사실 집에서 케이크를 잘 만들지 않습니다. 거의 드물게 만드는데 이유는 만들어놓으면 먹어줄 사람이 많지 않아
자주 버리게 될 경우고 있어서입니다.
케이크가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우리는 이 동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꽃이 폈습니다. 때로는 험담 때로는 가벼운 소식 정도의 이야기였는데 마당발이시라 정말 드라마 한 편 본듯하게 흥미진진한 스토리였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애플케이크가 만들어졌네요.
냄새가 세포구석구석을 돌며 맛있다며 비명을 먼저 지릅니다. 네~ 베이킹은 만드는 재미가 먹는 재미를 간혹 능가하기도 합니다. 애플케이크자체가 경이롭다기보다는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사과처럼 상큼한 이야기들이 환상적으로 맛있었습니다.
그녀의 중간음의 경쾌한 목소리와 풍부한 감정이 드러나는 표현들 , 얼굴의 다양한 변화, 살아있는 푸른 갈색눈동자,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하는 모습이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글을 맺으며
바바라아주머니와 베이킹시간은 몇 시간이 몇 분밖에 안 느껴질 만큼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처럼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바바라 아주머니덕에 아주 오랜만에 행복호르몬이 무한방출 되었던 시간이었어요. 케이크는 너무 자주 먹으면 살이 많이 찐다며 다음 달쯤이나 또 다른 케이크 만들기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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