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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도 마라 - 솔직하게말하는것에익숙한 독일인들

by 검은양(黑未) 2024.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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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독서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의 장 을 맡고 계신 분이 엄격하시고 진지하게 임하시는 분이라 이 모임에서 저는 꽤나 경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정형화된 언어를 구사하고 나의 감정은 거르고 걸러서 맑은 국물이 나온 것만 떠서 밖으로 내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제는 참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다른 분들은 얼마나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말 을 하고 계시는지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곳 이 있기나 한가요?

자유의 시대를 살아가고 모든 곳에서 자유를 외치고 있고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하나 그 자유는 오히려 손이 동동 묶여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방종 이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하려 하는 게 폭력적으로 타인을 윽박하고 비난하고 욕하는 솔직함이 아님을 미리 말해놓고 싶어요.

 

저는 대한민국땅에서 나고 자라서 어른이 되어 타국에 살아서인지 한국의 정서 나 감정이 핏속뿐 아니라 뼈에 아주 돌로 깊게 새겨져 있어 솔직하게 자신을 나타내고 표시하는 일에 서툴고 수동적입니다.

 

마음속엔 말하지 못하여 쌓인 말 들이 쌓이고 쌓여 태산을 이루었는데 이제 이 산을 허물고 싶습니다. 하아~ 진짜 내 마음은 잘난척하는 네가 꼴베기 싫어!!!!!

 

instiz.net

 

 

 

독일에서의 대화법

진짜 내 속마음 얘기하면 예의가 없다거나 후회할 일 이 생긴 경험이 있어 무조건 좋은 말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 괜찮아요, 좋습니다"를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나에게 의견을 물을 때 습관적으로 웃는 얼굴로 " Ya~ Alles ok ( 좋아요 감사합니다)를 외쳤더니  이들은 내게 항상 즐거운 사람, 긍정적인 사람이라며 칭찬을 합니다.  그러나 내 속마음은 문드러져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도 안 좋았고 하나도 고맙지 않았거든요.

 

 

심지어는 미장원에서 머리 색깔이 해달라는 것과 정말 다르게 나온 데다 자른 머리도 이상하게 되어서 화가 났는데도 " 고마워요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헤어숍을 나와서는 엉엉 소리 내어 울었던 적도 있어요.

 

이쯤 되니 떳떳하게 요구하는 법 도 까먹었고 그러다 보니 엄청나게 당하였고 슬슬 몸까지 아파왔습니다.

 

독일사람들은 한국사람과 다르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애초 이런 언어가 존재한다는 걸 모르는듯해요 ) 말하지 않으면 그 마음은 없는 것이며 모릅니다.  반드시 정확하게 말을 해야 합니다. 

 

감정을 말할 때는 솔직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로 독일인들에게서 들리는 말은 불평불만, 그리고 비난과 비판입니다. 처음엔 진짜 듣기 싫고 냉정하고 무서웠어요.

 

 

 

 

 

 

 

몇 번의 모임에 나갔다가 이들과의 대화에서 그 자리에서 감정상 해서 치 를 떨고 고개를 떨구고 소리 없는 욕을 퍼부었습니다. (말없는 속으로만 욕!!!)

 

그런데 모임 내 회의가 끝나자 나에게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맥주잔 짠 하고 부딪히며 깔깔 낄낄 신나게 수다를 하더라고요.  

 

" 아니 이것들은 사이코도 아니고 맘 놓고 내 행동에 대해 욕할 땐 언제고 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 라며 그땐 속으로 생각했었더랬습니다.   그들은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것이 절천지원수로 갈 정도 아니면 그냥 그때는 그게 불만이었다 정도로 진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것일 뿐 인 것 같습니다.

 

뒤끝이 남지 않아서 좋긴 한데 사실 쉽게 적응이 되지는 않았거든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려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표현을 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의사를 잘 전달하는 것, 감정을 잘 말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상대에게 오히려 편안할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말 하면 그 상대는 계속 좋아하는 줄 알고 있으며 길게 가는 관계라면 나중에 크게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솔직한 내 감정의사 표현연습

 

●뭐 먹을 거야? 

 

☞이런 질문엔 

" 응 난 오늘은 버터에 굽지 않은 소고기 먹을 테야- 너는 내가 네가 먹는 방식으로 버터에굽은 쇠고기 같이 먹고싶겠지만서도 난 아니야~~그러니 한국식으로 참기름과 파 채래기에 싸 먹을 거라는 뜻"

 

● 원하는 머리길이보다 더 자른 헤어디자이너에겐 " 내가 이 정도보다 길게 잘라달라고 했는데 왜 내 말대로 안 해줬냐 기분 나쁘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글마무리

이제는 이런 정직한 게 서서히 익숙해져서 독일에선 오히려 그들에게 내 감정 말하는 게 좋기는 한데 이곳의 한국사람들과는 아직 적용시키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자주 어르신들은 예의가 없다는 지적도 있고 지인들은 언짢아 하기도 하여 상황을 봐가며 의사표현을 해야 하겠더라고요. 싸가지가 없는 것과 솔직함의 차이는 어떤 걸까요? 가끔씩 난 차라리 싸가지가 없고싶습니다. 그러니 여전히 내속은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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