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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독일시골에서 만드는 김장김치- 땅에 묻은 장독 (열악한 환경속김치만들기)

by 검은양(黑未) 2024.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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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6도로 내려가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김장을 앞두고 있는데 팔목이 아직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아 올해는 조금만 담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지요. 열흘 가까이 매일 비가 오거나 짙은 안개가 끼어 체감기온은 영하의 느낌입니다. 이런 날씨는 20년을 살고 있어도 전혀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어제오전에 슈퍼에 갔더니 배추가 예쁘게 비닐에 포장이 되어서 커다란 박스에 한가득 쌓여있길래 바로 사왔습니다. 한 박스 통째로 사니 슈퍼 계산하시는 분이 얼굴에 불만 가득하게 엄격한 목소리로 "이렇게 한꺼번에 다 사가면 원래 안되니 다음부턴 미리 물건을 신청해서 사가도록" 하랍니다. 

 

순간 저는 이해가 가지않았어요. 물건을 이렇게 많이 팔아주면 고마워할 일이지 많이 사는 것도 불만인가 싶어 언짢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어요.  옆지기에게 다 일러바쳤죠. 기분 나쁘다고...

그랬더니 독일은 한 사람이 다 가져가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게 기본적이라 그건 물건 파는 사람에게도 이 마인드가 탑재되어 있답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한꺼번에 다 사가면 물건이 꼭 필요한 사람이 못 사가는 사태가 발생하기에- 예상가능한 구매와 판매의 시스템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어요.

 

듣고 보니 아주 공정한 사고라고 생각이 되어서 무작정 불쾌하게 생각한 것에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만드는 김장김치 만드는 것 소개해봅니다!

 

 

 

사이즈가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해도 배추 한 포기에 1킬로도 안되는 것도 있고 그보다 좀 더나 가거나 제일 큰 게 1.5킬로 안쪽입니다.  그러니 20 포기를 다는다 해도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해외에 사는 사람치고 많은 김치를 담는 편인데 점점 김치를 좋아하는 독일이웃이 생겨서이기도 하고 친구에게도 적은 양이라도 나눠먹기 위해서입니다. 

 

 

무가 나지 않는 곳에 살기에 자급자족을 위해 작은 텃밭에 무를 심었는데 매일 비가 내리고 흙도 빡빡해서인지 무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좀 자랄만하면 벌레들이 죽자고 달려들어 성하게 자랄 수가 없어요.  그나마 올해는 좀 잘된 편이라 무척이나 만족합니다.

 

 

 

아기주먹보다 작은 크기에다가 벌레가 먹은 것 깎아내면 남는 게 별로 많이 없다손 치더라도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무 야 ~ 정말 고마워 네 덕분에 김치가 더욱 풍성한 맛을 낼 거야~

 

 

 

김장김치 육수 내기에 진심을 다하였어요. 맛을 낼 수 있는 모든 것 총동원했습니다. 특별히 버터호박도 썰어 넣었는데요 , 이 맛이 특별함을 창출할 것이라 기대하였고 한국에서 가져온 소중한 북어와 디포리 멸치 등도 아낌없이 넣어줬습니다.

 

 

 

사랑까지 듬뿍 넣은 양념이 완성되었습니다. 이곳에 들어간 재료들을 생각하면 정말 소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밤새 깐 마늘과 생강 정원에서 수확된 사과와 배를 갈고 썰고 찹쌀풀을 끓여서 새우젓과 멸치, 까나리액젓 모두의 합작품이랍니다.

 

안타깝게 자라난 한국에서부터 이민온 쪽파의 상태

 

사람이나 식물이나 아무리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도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어쩜 그럴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죠.  쪽파를 좋아해서 소중히 아침마다 인사까지 하며 그렇게 길렀지만 앙상한 뼈에 힘도 없고 노후가 빨리 와서 먼저 시들어 버리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나의 쪽파를 여러분들에게 소개합니다.

 

그래도 김장김치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긴 시간 동안 조심조심 머릿 부분을 뿌리와 분리해냈습니다. 마침내 이 정도의 양으로 부재료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네요.

 

김장이력에 두 번째로 동참해 주신 나의 편 헤르 슈미

 

배춧잎사이사이로 양념을 묻혀야 한다고 상세히 설명을 하고 시범까지 보였더니 잘 따라 하네요. 배추양념을 버무릴 수 있도록 작업대도 만들어주고 ( 앉아서 하니 무릎이 더 아파서 서서한 게 편하더라고요) 버무림도 해주고 설거지 까지도 해줘서 얼마나 수월하게 일을 끝냈는지 모릅니다.

 

이 글을 보지 않겠지만 "슈미~ 고마워 "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쌓아서 미리 땅속에 파묻어둔 장독 (황토로 된 건 아니지만)에 넣었습니다.  냉장고에서 익힌 것과 이 장독 안에 넣어둔 것 김치맛을 평가해 보니 장독에 것이 훨씬 맛있었어요. 작년에 김치가 아직도 있는데 묵은지 맛이 끝내줘서 주변사람들이 감동을 하기에 이후엔 장독관리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여름에도 응달이 유지되고 기온변화가 그리 많지 않아 김치맛이 좋은 것 같습니다.  통이 거의 가득 채워질 만큼의 양이 되니 내년까지 쭈욱 먹을 수 있겠네요.  김장하고 나면 며칠을 몸살을 하는데 오늘은 헤르슈미가 도와줘서 가뿐합니다.  저녁엔 맥주 한잔 쭈욱 하면서 하루의 피곤을 정리했어요. 제가 만든 김치 드시러 오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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