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무지하게 부러웠습니다. 미국영화를 보다가 나오는 거지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보며 경외심까지 가지며 그를 바라다보곤 했었지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던 때 그때의 나이는 이미 성인이 되어 머리에 외국어가 잘 들어가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영어 배우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돈 은 어마어마합니다. 학원엘 그렇게 다녔어도 안되었던 이유는 영어의 기본을 모르고 영어말만 외우다 보니 사상누각이 되었고 더군다나 현실에서 쓸 일 없는 상황이라 말문이 터이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영어를 이렇게 시작했다-동기부여는 역시 이것
매번 하다가 그만두고 또 학원등록해서 몇달 열심히 하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한 세월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나온지 좀 된 영화였지만 리처드기어 가 나오는 영화 사관과 신사를 보고 홀딱 반해서 그와 이야기 하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어요. 그러려면 반드시 영어를 해야만 했습니다.
학원엘 등록해서 새벽반 한번 그리고 퇴근하고 저녁반 한번더 해서 하루 두 번을 강의를 들었는데요. 마치 고시생 모드로 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항상 맨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새가 쫑알거리듯 따라 했어요.
남동생이 나보다 좀 똑똑해서 문법은 그녀석에게 용돈 줘가며 배웠습니다. 얼마나 거만을 떨든지 더러버서 못 배우겠네 속으로만 욕~ 하고 겉으론 알랑방구 끼면서 물어봤어요. 너무너무 초보적 문법이라 학원에서도 묻기 힘들었거든요. 집안식구에겐 덜 쪽팔리니깐 묻는 게 훨씬 수월했다죠. ㅎㅎ
회화반에 들어가서 외운 문장을 써먹기 위해 리처드기어 나오는 다른 영화 보면서 그에게 마치 말을 걸듯 화면 앞에서 대화를 해봤습니다. 남들이 보면 웃기다고 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은 호기롭던 20대 연애를 꿈꾸던 시절이라 가능했겠지요?
리처드기어에게 편지도 써보기도 했고(보내지는 못했지만) 외국사람들이 많이 있는 호텔로비에 가서 그냥 말 걸어보기도 하고 거기서 이렇게 연습하다보니 말문이 쪼끔씩 열리기 시작했고 말의 확신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앗싸~ 드뎌 나도 말문이 트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영어가 유창한 건 아니고요.
중요한 건 아마도 리처드기어를 만나서 뭔가 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 아니, 망상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럴 수가!!!! 2000년에 나온 뉴욕의 가을을 보면서는 나의 망상은 정점을 찍게 됩니다.
리처드기어 만나러 미국에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현실은 나의 도피성 해외행을 허락하지 않았지요. 그저 가을만 되면 이 영화보면서 리처드기어앓이 하는 걸로 종결지었습니다.
그를 만나면 무슨말 할지 각본이 얼마나 치밀하게 짜여있었는데 그것 한번 써먹지도 못하고 끝이 났네요.
지금은 리처드기어와는 키 만 비슷한 미국도 아니고 리처드기어와 외모는 참 많이 다른 독일남자와 뉴욕의 가을이 아닌 함부르크의 가을에 저렇게 두 손을 꼭 잡고 둘이 검은 머리파뿌리될 때까지 살 것이라는 서약을 하였하여 잘 살고 있습니다.
AI 통역 나오면 외국어 배울 필요가 없을까요?
인공지능 "딥엘 보이스 " 가 선을 보였다고 합니다. 무려 13개 언어로 동시통역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외국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에 한국어가 추가된 거라니 아마도 훨씬 매끄러운 통역이 될 것 같네요. 그전엔 한국어 번역이 엉망일 때가 많았거든요.
이렇게 되면 외국어를 저처럼 힘들게 배울 필요가 없어지는 걸까요? 저는 여전히 영어와 독일어가 부담스럽긴 합니다 그래서 내심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국어를 배우면서 내가 스스로 해내었다는 성취감이 있어 좋았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기계에 맡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글마무리
내가 할 수 있는 것, 온전히 내가 주체자가 되는 것을 원하므로 저는 꾸준히 더 열심히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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