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우리 집으로 16살 소녀 티아라 가 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집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두 집 건너에 삽니다. 키가 170 정도 되며 수줍음이 많고 많이 진지합니다. 작년부터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거의 1년이 넘게 되었지요. 학교 일이 많거나 방학을 제외하고는 매주 일요일에 한 시간 좀 넘게 수업을 해요.
한국어 자음과 모음을 시작할떄만 하더라도 언제 대화가 되려나 했는데 워낙 열정적이고 샘이 많아서인지 빨리 습득을 하였습니다. 나중엔 친구 넬리까지 데려와서 경쟁이 붙으니 더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지요.
이아이의 한국어를 배우려는 동력은 지극히 확고합니다. K-POP 때문입니다. 한국가수에 정말 매료되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자기의 이웃이 한국인이 있더라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저의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나 한국어 배우고 싶은데요, 돈 은 제가 당장 없어요, 그러나 부모님꼐 한 달 용돈 받을 때 조금씩 드릴 수 있어요.
용돈 얼마냐고 했더니 20유로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어 배우려는 마음이 어여뻐서
단박에 말하길 " 돈은 필요 없고" 다음 주 일요일부터 시작하자 고 했습니다.
수업에 요즘유행하는 노래 하나 가지고 와서 쓰기와 읽기를 같이 시켰더니 얼마나 빠르든지요. 졸지에 요즘애들 노래를 나 역시 익혀야만 했고 들어야만 했어요. 아이돌 그룹이름도 외워야 했는데 예문 문장을 만들 때에 그들의 이름을 넣어야 빨리 숙지가 되었기 때문이죠.
내가 딱히 할 일이 많지 않을 땐 수업시간 외에 정원에서 자기네들이 요즘 동영상 보고 배우는 "블랙핑크" 춤도 춰봐라 하기도 했거든요. 내가 관심 가지고 물어보고 자기들이 춤추는 모습을 봐주는걸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동영상을 찍었는데 허락받고 올려봅니다. 연습하고 있던 때라 서툴고 수줍어서 완전 얼굴이 굳었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 이쁩니다.
https://youtu.be/bFUCAp6 G9 I8? t=42
오늘은 맛에 대해 말하기와 한국음식을 익히는 의미에서 잡채를 만들었습니다. 맛있게 잘 먹어서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았어요. 이 아이가 언젠가 한국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은 시골의 소녀이지만 아직 그들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지요.
내가 이들에게 행하는 봉사 가 이들의 꿈을 만드는데 어떤 단촛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잡채는 사실 손이 좀 많이 갑니다. 티아라가 자기는 야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 웬만하면 당면만 골라서 접시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집으로 돌아갈 때 부모님께 맛보게 해 드리라고 한통을 따로 싸서 보냈습니다.
젓가락은 아직 사용이 원활하지가 않답니다. 그래서 포크를 써도 상관없다고 했지요. 싹싹 다 비우고 내가 배워준 말
" 잡채가 진짜 맛있었어요! "를 바로 써먹더라고요!
글마무리
이토록 열정적으로 하는 아이를 보면 너무너무 뿌듯해져서 나는 다음에는 어떤 걸로 이 아이가 빨리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자료를 만들어볼까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일요일이 나도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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