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는 나에게 단순한 과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켜켜이 쌓인 추억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지는 겨울이 되면 단단한 대봉을 따다 큰 항아리 속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서 귀하게 먹던 홍시입니다. 홍시는 입안으로 들어오기 전 눈에서부터 벌써 이미 홀려버리게 되죠. 한번 빠지면 헤어나 올 수 없는 마법의 맛 홍시 이야기 해볼까요?
타오르는듯한 붉은빛이었다면 공격적이거나 드세게 느껴져 살짝 거부감이 들수도 있겠습니다. 은은한 주홍색의 홍시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도 그 속에는 치열한 열정을 안고 있습니다.
나는 홍시를 참 좋아합니다. 물렁한 맛이 난다 싶다가 뭔가 단단한 쫄깃한 식감도 나니 오묘해지니 신기해서 자꾸 먹고 싶어 집니다. 가을에 단감이 열리는 나무에서 단감으로 아삭아삭하게 간식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다른 나무에서 대봉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외할머니댁에 두세 그루 감나무가 있었고 친할머니댁에도 감나무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외할머니댁의 감이 맛있게 느껴졌어요. 무슨 종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납작한 것도 있었고 대봉보다 작은 대봉모양의 감도 있었어요.
감이 시퍼럴 때 아직 익으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그걸 따서 삭혀서 떫은맛을 없애서 먹곤 했어요. 아주 어릴 때의 일이라 어떻게 삭히어 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외할머니께서 그렇게 만들어주시면 짙은 녹색의 감을 내 또래의 친척아이들과 우기적우기적 나누어 먹었었어요.
홍시와 연시의 차이
언제부턴가 연시라는 감을 마켓에서 자주 볼 수가 있는데 익은 건 똑같은데 홍시와 연시는 뭐가 다르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나무에 달린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익어 겉이 붉어진 것을 "홍시"라고 하고 수확한 후 인위적인 후숙처리를 한 것을 " 연시"라고 한다네요. 일반 감 이 44 kcal인데 홍시와 연시는 칼로리가 좀 더 높습니다.
홍시의 추억
먹을 게 많은 가을이 저물어 갈 무렵 어머니는 대봉을 따다가 큰 항아리에 담아놓았습니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의 언저리 날 선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밖에서 친구들과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놀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각자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엄마는 나보고 씻고 오면 홍시를 주겠다 하시고는 오렌지색깔의 홍시를 접시에 숟가락과 함께 내놓았습니다.
우리 4형제들은 숟가락으로 개인당 하나씩 배당받은 홍시를 재빠르게 파먹었습니다. 단맛이 막 입에서 춤을 추며 절정에 달할 때 숟가락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하나씩 밖에 허락이 안되었기에 손가락 끝에 묻은 홍시의 흔적을 쪽쪽 빨아먹으며 아쉬움에 쩝쩝거렸습니다.
한 번은 단맛의 홍시 유혹에 못 이겨 엄마 몰래 항아리에서 꺼내먹으려다 큰 항아리 속에 빠질 뻔한 적이 있어요.
고개가 쑤욱~ 빠지자 어두컴컴한 좁은 항아리 안의 공간이
먹고자 하는 유혹보다 더 큰 공포감으로 느껴져
도둑홍시 먹는 것을 바로 포기하게 돼버렸습니다.
지금은 먹을 것도 많고 슈퍼에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지만 홍시 구입이 쉽지 않은 시골독일에 살다 보니 늘 아련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홍시의 색깔인 주홍색 빛깔만 봐도 단맛이 느껴집니다.
이럴 때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가수 나훈아의 홍시라는 노래 들어봐요
https://youtu.be/qHO_gvdq7 vs? t=50
글마무리
홍시에 대한 간결하면서 심오한 철학을 담은 시 詩 가 있습니다. 박준영 님의 시입니다.
툭!
가슴이 철렁
우주가 떨어진다
빨간 햇홍시 하나
제 색깔 못 이겨,
그 우주 맛있게 통째로 삼키는
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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