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알려진 독일영화 중에서 명작이 많습니다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 타인의 삶"입니다. "파니 핑크"라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타인의 삶"은 좀 각별한 의미로 좋아한답니다. 초보독일생활 어학을 이 영화로 선택해서 공부했지요. 공부를 위해선 수십 번도 더 봐야 하는데 그렇게 봐도 무게감이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 수작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타인의 삶 ( Das Leben der Anderen -영어타이틀 THe Lives of others)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Florian Henckel von Donnersmarck)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입니다. 2006년 독일에서 개봉하였습니다. 한국에는 2007 년에 개봉하여 좋은 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이영화는 독일의 아카데미 영화상 (Deutscher Filmpreis) 을 비롯하여 유럽 각국의 4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고 슈타지요원 비슬리역을 맡아 내면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 한 독일배우 울리히 뮤에 (Ulrich Mühe)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였습니다.
그는 이영화로 남자주연상 을 받았고 극작가 드라이만 역을 맡았던 세바스챤 코허가 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울리히 뮤헤는 주연상 수상을 받고 1년 후 안타깝게도 위암으로 사망을 하였습니다. - 저는 이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빠져있었더랬습니다. 참 좋은 배우가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갔네요.
타인의 삶 줄거리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전인 1984년 동독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당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국가보위부 슈타지 ( Stasi)는 동독 국민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슈타지직원과 정보원까지 합하면 거의 3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있었으니 동독국민 거의 대부분이 감시를 받을 만큼 충분한 숫자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게오그 비슬러 는 국가보안부 소속의 비밀경찰요원입니다. 사람들을 심문하는 일이나 예비요원들에게 수사기법을 강의하는 일 을 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그가 보여주는 얼굴표정과 말투는 대단히 각이 져있고 냉담합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도중 한 학생이 질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의 대답은 얼음처럼 냉정합니다.
"도청이란 업무를 통해 사회주의 적들과 맞서야 한다 " 이 답변에서 그가 얼마나 도덕과 윤리적 인지가 없으며 오로지 그들의 하는 일에 대한 정당성만 을 부여하는 걸 강조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에게 그의 상관 그루비츠로부터 새로운 임무가 하달되는데 그건 동독최고의 유명극작가 드라이만을 감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감청장치들을 들고 그의 집 다락방에 기계를 설치한 후 감시가 시작됩니다. 그의 숨소리까지 도청하며 사상적 불온을 찾아내고자 하지만 어떤 혐의도 발견하지 못합니다.
결국 감시의도가 문화부장관인 햄프의 개인적 욕구를 채우기 위함을 알고 비슬러의 마음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에게는 충성, 복종을 강요하고 권력자들은 개인의 영달로 이용하는 것.... 애국을 개인의 이익으로 이용하려 부르짖는 것, 어디서 참 낯이 익숙한 광경이지 않습니까?
비슬러는 서서히 이들에게 적대적 감시자가 아니라 이들을 지키는 수호천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로부터 인간적 애정과 따뜻한 온기를 알아가고 꺠닫아갑니다.
선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 (Die Sonate vom Guten Menschen)
영화에서 드라이만 이 그의 멘토 예스카로부터 생일 선물로 받은 "선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 피아노악보를 받고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피아노 음률을 이어폰을 끼고 듣고 있는 비슬러는 무표정하고 차가웠던 얼굴이 서서히 온기가 살아나는 게 느껴집니다.
냉혹한 심문관의 비슬러는 아름다운 감정,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는 " 사람" 이 되어가고 있었던 거지요. 이 아름다운 음악에 취해 그대로 아기처럼 옆으로 뉘어서 듣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이 던지요..
연극배우인 크리스타에 대해서도 이 같은 감정은 동일하게 표현하는데 과하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절제하며 아슬아슬한 선을 유지하며 도우려 하는 장면 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숨어서 감시하고 숨어서 돕는 일의 반복은 결국 비슬러가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서 우편도장이나 찍는 한직으로 좌천되는 상황에서도 원망은 없습니다. 도청하고 감시하는 일상에서는 서로를 믿을 수 없습니다. 그 어둠에서도 사람다움을 유지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인간이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후 드라이만이 선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 책을 출간하는데 그 책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아~ 너무나 감동적이었어요. 독일영화는 감정표현에 있어 엄청나게 절제되어 있는데 폭발성은 과히 어마어마합니다.
HGW XX7
Gewidmet,
in Dankbarkeit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책을 HGW XX7에게 바칩니다. ( HGW XX7는 비슬러의 요원코드명입니다)
글마무리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서 자기가 무사할 수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그 마음은 어떨까요? 우리는 어쩌면 알게 모르게 수시로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수호천사라고 명명되는 것은 신 神 일 수 있고 주변인, 혹은 모르는 사람 일수도 있습니다. 감사해야 할 일이 천지사방입니다.
도청하니 드라마 "아저씨 "에서 이선균을 아이유가 전화로 도청하던 것이 떠오르며 이 영화와도 끈이 닿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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