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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내남편 눈 에 눈물 나게 한 여자

by 검은양(黑未)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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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의 일상은 느리고 권태롭습니다. 별다른 뉴스가 없지요. 주변과 연결고리 없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이 살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긴 합니다!  혼자서도 사는데 그 어떤 불편함도 없습니다. 

 

사람들과 관계장애가 있으신 분이라면 천국과도 같은 삶이 이곳의 삶 입니다.

반대로 어울렁도 울렁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사람 사는 맛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삭막하기 그지없지요.

 

선택이라는 게 내 몫인 것 같지만 더러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지기도 하기에 이렇게 내가 원하는 환경이

아닐 때는 불만이 서말입니다 ^^

 

오늘은 저녁을 옆지기가 하기로 합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그는 시간이 허락되는 한 대부분 앞치마를 두릅니다.

무슨 요리가 나올지 궁금해하며 티브이를 보며 기다립니다.

 

여섯 시가 다 되어가자 회색 테이블세팅을 만들어놓고 그 위에 포크와 나이프 냅킨과 나란히 준비하더라고요.

부엌에서 여러 가지 채소에다 염소젖 치즈와 올리브오일이 들어간 샐러드를 가지고 와 밥상에 먼저 차립니다.

 

 

오리를 구운 메인음식이 나오자 며칠간 친구와 여행을 다녀온 남편에게 그 여행이 어땠는지 물어봤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남편은 그의 절친과 콘서트여행이든 박물관 여행이든 며칠씩 가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있거든요.

 

여느 때처럼 좋았던 것 아쉬웠던 것 등을 이야기하며 식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설거지를 내가 하는 동안 남편은 음악을 틀어서 듣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오늘은 조용하다고 느껴졌어요. 대체로 락을 듣느라 소리가 시끄러운 편이거든요.

 

부엌정리가 끝나고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다가갔습니다.

 

"내가 처음 들어보는 노래네요" 라며 얼굴을 보니 눈가에 눈물이 번져있더라고요.

 

순간 몹시도 당황한 나는  "자기야 뭔 일 있어요? 

 

이렇게 묻고 아주 찰나의 순간에 혹시.... 혹시... 나에게 말 못 할... 이번 여행에서 어떤 러브어페어 뭐.. 이런 거 있었을까? 등등

진짜 어마어마한 내 상상력이 찰나로 스쳐 지나갔어요.

 

남편은 살짝 부끄러워하는 듯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베스하트 이 여자가...... 

 

 이 여자의 노래 가 나의 감정을 요동치게 해. 심장에서 뜨거움이 올라오는 것 같아.."

 

 

아이고... 이게 무신 일이고...

 

남편은 감성이 풍부하긴 합니다. 섬세하죠.  처음에  " 베스하트 이 여자" 란 말까지 들었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 베스하트 란 가수를 저는 몰랐거든요.  그런데 뒷말까지 듣고는 이그....

 

남자의 갱년기 가 이런 것인 걸까요?  아님 진짜 이 노래가 그렇게 감동적인 걸까요?

남편은 가사 가 참 좋다라고 했습니다.  베스하트 (Beth Hart)의 " Thankful "입니다.

 

 

https://youtu.be/bRpjjIhsU6 I? t=33

 

 

I see blue birds of paradise

 

I see sunset to sunrise

 

I watch comets in the sky

 

I see magic flying by

 

I feel my father holding me

 

I look into my mother, s eyes

 

I know this must be paradise

 

And I say, oh my, oh my 2

 

This is paradise

 

Thank you for the sunshine

 

Thank you for the light

 

Thank you for the night

 

Thank you for the big climb

 

Thank you for the fall

 

Thank you for my life

 

Thank you for it all

 

 

 

이렇게 감사할 일 이 많다는 걸 표현한 노래가 많지 않거든요. 진짜 가사가 행복해지는 노랫말입니다.

 

해와 달과 밤과 가을과 빛과 또한 내 삶에 대해  감사하다는 곡으로 붙여 말이 노래가 되니 

 

더더욱 감동이 휘몰아치네요. 저도 울컥 해집니다. 감사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충만한 삶이니깐요.

 

비록 내 남편 눈에 눈물 나게 한 여자이지만 저도 이내 베스하트 그녀의 팬 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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