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렸어요. 이런 비는 보통 봄에나 내려야 아기처럼 귀엽다고 해 불 텐데 겨울에 내리니 청승맞게 느껴집니다.
아침부터 옆지기와 말다툼을 하여 기분이 상해 있었어요.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기도 짧은 세월만 남았을텐데 버럭 해서 감정을 할퀴다니 지혜롭지 못한 처사였다고 생각되어 곧 후회가 되었지만 미안하다고 말이 나오지 않아 그냥 일단 밖으로 나오는 걸 택했어요.
뒷문 작은 길을 따라 몇날동안 비가 내려 질퍽한 포장 안된 거리를 걸어갔습니다.
앞집 한나가 막 정원을 나오는게 보이길래 인사를 합니다.
Moin Moin Hanna~
안녕 하나~ 라고 손을 흔드니 좋은 하루 라며 응답을 합니다.
길모퉁이를 도는 곳에 팔순이 다된 한스는 얼마 전 부인의 장례를 치르고 혼자 살고 있어요.
금발의 긴 머리에 늘 웃는 얼굴을 하였던 한스의 부인 엘케는 그날도 슈퍼에서 장 을 보고 왔고 저녁밥을 같이 먹었는데
잠자리에 먼저 들어간다라고 말하고선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고 해요.
저도 장례식에 다녀왔는데 무척이나 슬펐답니다. 엘케는 한국뉴스가 나면 꼭 신문을 오려서 저의 집 우편함에도 넣어주시곤 했어요. 음식솜씨도 좋아서 자주 식사에 초대도 해주셨어요.
집 밖을 나오면 이웃들이 보이고 창문 안에서 쓰이는 히스토리가 바깥으로 새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걸으면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어느새 큰 도로 부근으로 나왔습니다.
며칠간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었거든요.
가을을 지나면서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석에 한목에 모아져서 수북이 쌓여있더라고요.
그중 나뭇잎 몇몇이 바람이 부니 또 슝하고 사잇길로 날아갑니다.
나뭇잎이 날아간 두 갈래 길에 익숙한 모양의 뭔가가 비에 젖은 나뭇잎과 함께 놓여있었습니다.
처음엔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색깔이 선명하여 다시 한번 시선이 갔답니다.
분명 화폐였습니다. 5유로 짜리네요. 오늘의 환율로 보자면 7500원입니다. 처음엔 주위 누군가 흘렸을까 싶어 주변을 살폈어요. 아무도 없습니다. 출근시간은 막 지나가고 있었기에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어요.
지나가는 행인이 꽤 있어서 쉽게 볼 수 도 있는 위치인데 어떻게 아무도 못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돈이었으면 경찰에게 가져다주었을 터인데 5유로 라 살짝 고민 좀 되더라고요. 그런데 도덕시간에 배웠던 "주운 돈 은 주인에게 찾아줘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하도 뇌리에 박혀있어서 갈등이 마구마구 생기더군요.
주인을 찾을 수 있는 곳 도 아니고 해서 일단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주머니에 들어간 5유로는 나의 도덕성과 엄청난 논쟁을 벌였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독일법은 10유로 이하 일때는 주운사람이 가져도 된다고 나와있습니다. 500유로까지는 5프센트를 보상받을수있고 그이상의 돈은 3프로까지 보상받을수있대요. 그리고 6개월지나도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주운사람에게 돌아간다고 하네요.
※ 점유물이탈죄
길거리에서 주운 돈 을 신고하지않으면 "점유물이탈횡령죄" 가 성립이 된다고 합니다. 한국같은경우엔 얼마이상 이라는 명확한 규정이 있는것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단지 주운돈 신고하지않고 본인이 가지고 가면 점유물 이탈죄 로 처벌받는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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