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한답시고 밥 량을 줄였더니 밥 이 자꾸 남습니다. 냉장고에 오래 버티고 있길래 좀 더 두었다간 음식물 쓰레기로 들어갈 것 같아 급하게 누룽지를 만들었어요. 이럴 때 무솥같은 게 있어서 노릇노릇하게 누룽지가 잘 만들어져서 바삭바삭 과자처럼 먹던 물 넣고 푹 끓여 누룽지 숭늉을 만들어 먹으면 참말로 좋겠다 상상을 했어요.
저 어릴땐 누룽지에 설탕을 넣어 (지금생각하면 캐러멜라이징 한~) 팬에 한번 볶으면 진짜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았었죠.
지금은 과자가 워낙 잘 나오니 손쉽게 과자를 사먹지만 과자가 좀 귀하던 때였을 땐 누룽지과자 최고였어요.
무솥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누룽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프라이팬이 가장 적격이라 여겨져서 들기름을 아주 조금 두르고 밥을 엷게 펴고 꾹 꾹 누릅니다.
프라이팬에 드러누운 밥 이 뜨거운 불위에서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을 보며 흐뭇하게 보는 내 모습은 조금 잔인해 보입니다.
인간의 잔인함은 타인의 고통을 마치 저렇게 불구덩에 빠진 자의 몸부림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것이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냉장고에서 나온 밥 은 허옇게 창백해져 있습니다.
버려질까 조마조마 한 마음을 얼마나 졸였는지 몸이 이리저리 터져있습니다.
프라이팬 뚜껑과의 조후를 절대 허용하지 않아요.
밥몸은 가능한 바싹 마르게 해야 합니다.
불의 온도는 지나치지 않을 만큼 적당하게 유지하여 주었습니다.
누더기 육신의 밥은 누룽지로 곧 거듭날 것입니다.
천지를 바꿀 몸으로 환골탈태할 허연 밥을 꾹 꾹 정성스럽게 누릅니다.
불 앞을 떠나지 말아야 합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누룽지의 구도행을 지켜보아야 합니다.
수분이 빠질 때 내는 치익~ 치익~ 하는 비명소리를 듣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스스로를 태워 소신공양 하러 온 누룽지, 노릇노릇 바싹하게 구워지면
손으로 꺼내서 그릇에 담습니다.
촉촉하던 몸은 온데간데없네요.
과거를 기억해 내기가 불가능 해진 누룽지가 안타까우면서도 부럽습니다.
저도 누룽지처럼 완전 다른 형태로 바뀌고 싶습니다.
하나 아직은 내 몸을 버리기엔 너무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다 만들어진 누룽지로 저녁엔 물을 넣고 푹 끓였습니다.
들기름의 은혜를 잠시 입었었던 덕분에 온 집안에 고소한 향내가 가득합니다.
김치 한토막 썰어서 단출하게 썰어서 찬으로 먹으면 밤새 속 시끄러워웠던 위장이 편안해지지요. 독일에서 위장을 위로하는 음식 중 하나가 누룽지 이기도 합니다.
이유 없는 마음 부대낌은 치료제도 없습니다.
그저 중생의 불안을 잠재우는 누룽지 부처의 도움을 받아 순간순간 치료를 할 뿐이죠.
어렸을 때 어머니는 속 안 좋으실 때 꼭 누룽지를 끓여서 드셨어요.
마지막 한 숟가락에는 " 어이구~~ 시원하다" 하시면서...
글마무리
누룽지가 지금은 대량생산이 되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더라고요. 그러나 누룽지는 밥의 마무리 단계이긴 하지만 반드시 누룽지로 탄생이 되지도 않기 때문에 왠지 더 각별한 애정이 가는 건 아닐까요? 마무리를 잘하는 삶 누룽지 같은 삶을 살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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