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흑백영화 한 편을 소개하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지붕이 덮여있고 눈비를 막아줄 벽이 잘 쳐져 있는 집 안입니다. 내 가족이 모이고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지붕"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됩니다. 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이 있으신지요?
내가 살고있는 집에 관하여
제가 살고있는 집은 1979년도에 지어졌어요. 독일은 100년 된 집들이 보통 평범하기에 50년도 안된 이 집은 꽤나 신삥 축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저희가 이 집을 살 때 집설계도와 함께 넘겨받았는데 이분들이 집을 지을 때 얼마나 애정이 많이 담아서 지었는지 설계도에 어떤 부분은 몇 번을 다시 한 것 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원래 주인들에 대한 경외감이 듭니다.
이 집은 원래 설계도 엔 없는 신축 공간이 거실을 이어지는 곳에 있는데요, 겨울정원(Wintergarten) 이라는 천장과 벽을 유리로 만들어진 곳이에요. 바람이 많고 일조량이 부족한 북부독일의 기후때문에 해가 날 때 유리안으로 온기를 가득 받아들이기 위함과 동시에 야외에 있는듯한 느낌도 가지면서 바람의 시샘은 피할 수 있기 위함입니다.
이탈리아 영화 Il tetto "지붕 " 에 대하여
The Roof 라는 영어 이름의 제목으로 나온 이 영화는 1956 년에 나왔습니다. 이탈리아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만들었는데요, 촬영지가 로마이며 흑백영화입니다. 91분간 상영시간이며 1956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적 감독입니다. 그는 민중의 고단한 삶을 대체로 다루었으며 일반 할리우드 영화로 대표되는 화려하고 환상적인 것과는 다릅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1950년대 중반까지 폐허가 된 도시의 재건, 소시민들의 일상적인 삶, 빈곤 등을 주제로 다루는 영화의 형태를 네오리얼리즘이라 하였는데 이탈리아 영화가 대표적이며 이후 세계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영화내용 에 대하여
흑백영화를 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저는 대체로 새것 화려한 것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기 때문에 누군가의 추천이 없었다면 언뜻 볼 생각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요, 이 영화를 보고 눈물 콧물 짰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영화가 만들어진 때가 2차 대전 이후라고 말씀 드렸어요. 지방에서 먹고살기 힘들자 로마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일자리가 로마가 더 많기 때문이지요. 이 지점에서 한국이 전쟁직후 서울로 부산으로 사람들이 모여든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가진 것 없이 오직 사랑만으로 결혼을 하기로 한 젊은 부부가 결혼식을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사람들의 성정이나 문화가 약간 한국과 비슷하다는 게 온 가족이 모이는 결혼식 풍경에서도 느껴졌어요.
둘이 얼마나 설레고 사랑하는 건지 그 감성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실감 있게 느껴집니다.
집이 없는 남자는 결혼한 누나집에 함께 살게 돼요. 그 집은 부모님 포함 방 두 개에 9명이나 함께 살아요. 한방에 침대가 여러 개 있어 같이 잠을 자며 화장실 가기 위해 기다리며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모습 등등을 보며 제가 어렸을 적에 한방에 6 명식구모두 자던 때가 생각이 나면서 감정이입 꽤나 되었습니다.
가장 안타깝고 웃음이 났던 장면은 신혼인 이들이 부모님과 동생들과 같이 잠을 자니 사랑을 자유롭게 못하여 서로 입을 맞추다 밖으로 나가서 서로를 끌어안는 부분입니다. 마음이 엄청 짠 해졌어요. 많은 식구와 살다 보니 서로 언쟁도 하게 되고 여러 가지로 불만이 쌓여 싸움을 함으로써 그는 순간적으로 짐을 싸들고 나와 그의 집을 짓기로 결심합니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희한한 건축법이 있었는데 어디에 건 집을 지어서 지붕만 얹으면 허가를 내주는 게 되어있었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터에 집을 여기저기 짓지만 지붕이 올라가 있지 않으면 단속반이 와서 허물었어요.
남자는 동료친구들에게 부탁해 기차역 옆에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벽돌쌓는 기술자였던 남자는 벽돌과 시멘트 등 재료들을 트럭에 싣어와서 빠른속도로 집을 짓기시작합니다. 속력을 내지만 지붕을 얹기도 전에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손에 땀이 쥐어졌어요.
여기서 단속반에게 집이 헐린다면 집 짓느라 빌린 돈이 한순간에 날아갈 것입니다. 이 가난한 부부가 누리울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고 생각하니 제가 마치 그곳에 서서 이 들을 도와줘야 할 것 같아집니다. 이웃집들이 한마음이 되어 아기도 빌려주고(아기가 있는 집을 단속반이 쉽게 헐지를 안을 테니깐요) 시간을 끌게 해 줍니다.
창문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일단 지붕은 올라갔습니다. 뭔가 석연치 않았지만 단속경찰관은 그래도 인정머리가 있어 적당히 벌금 정도 조금 내라는 것으로 묵인해 줍니다. 여기서 전 눈물 펑펑... 흘렸어요.
이들의 집 한번 보세요! 이 황량한 집은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시멘트 범벅되어 벽돌로 쌓아진 것입니다. 가난한 부부의 희망일 것입니다. 저 허술한 집을 보면 내가 머무는 이 집은 너무 호사스럽고 사치스럽게 여겨져 부끄러워집니다.
혹시 보고 싶어 하실 분을 위하여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https://youtu.be/Gl574i_fnPw? t=2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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