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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마음이 어지러울땐 세탁기를 돌린다- 나대신 거품을 물어줘서 고마워

by 검은양(黑未) 2025.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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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벌써 넘었네요. 하루라도 기쁘고 정상적인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상식이 안 통하는 사람들과 이미 요단강을 건넌 한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자의 찌질함과 극악무도함의 극치, 그를 옹호하는 폭력을 서슴지 않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들로 인해 매일매일 정상적인 사람들은 고통스럽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어지러울 땐 명상도 잘 안되네요. 울화가 치밀어서 눈꺼풀이 파르르 니 떨립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좀 글 로서라도 표를 팍팍~ 내주세요. 지금 얼마나 분노가 되고 있는지를요!!!!!

해외 외신들 이 오히려 꽤나 정확한 보도를 냅니다. 지금 대통령의 체포 불응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걸요.

 

일개 소시민... 게다가 해외에 사는 사람으로선 한국의 불안한 미래에 대해 사실은 타격을 그리 받지 않을 그룹입니다.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몸 망치면서 신경 안 써도  나는 독일에서 독일사회일원으로 잘 살아가면 됩니다.

 

그러나 내 형제 부모 친척이 사는 한국에 대해 그렇게 이성적인 판단도 안되고 감정은 더더구나 조절이 안되네요.  

 

이렇게 마음만 자꾸 어지러울 때, 아무도 나만큼 분개해하지 않고 있다고 여겨질 때,

저는 세탁기를 돌립니다.  세탁기는 나처럼 거품 한껏 물어줍니다. 게거품을...

 

 

 

 

 

삭히지 않는 화마가 끓는 냄비뚜껑사이로 삐집고 나오는 연기처럼 허옇게 올라오면  재빨리 끓어 넘치지 않게 차라리 뚜껑을 열어버립니다.

 

가득 담기지도 않은 빨래통의 것 들을 끄집어내서 세탁기에 담습니다.  그리고 이틀째 입은 회색 티셔츠와 바지를 벗어서 함께 통속에다가 넣죠. 바지에 자꾸자꾸 달라붙는 분노와 스웨터의 보풀처럼 일어나는 증오가 스며든 티셔츠를 깨끗하게 세탁하고 싶습니다.

 

세제를 넣고 온도를 누릅니다.  마음 같아선 푹~ 삶고 싶습니다.  온도를 미지근하게 해서 작동을 시키니 쏴아~~ 하며 수돗물이 나오는 소리가 나며 세탁기 통돌이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투명유리로 보이는 옷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엉켜 붙으며 쌈박질하듯이 팔과 다리가 꼬입니다.

왜 나는 세탁기 안의 상태를 바라보며 싸움한다고 인지하는 걸까요?

 

서로 너무 좋아해서 얼싸안고 비비고 난리법석이다라고 느낄 수도 있지 않나요?  내 마음 안이 총질이 나고 있는 상태이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인가 봅니다. 허나 요즘과 같은 상황에 멀쩡하기 쉽지는 않지요.

 

물소리 철석대는 소리가 날 때는 뭔가 속이 후련해지기도 합니다.

탈수가 되는 마지막 과정을 가면 세탁기는 온몸을 다해 비틀기 합니다.

옆에 서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갑니다.

 

세탁기의 몸통은 이제 참기 힘들다는 듯 앞으로 튀어나올 듯 흔들거립니다.

어쩌자고 그는 이토록 모든 힘을 죽어라고 옷들을 쥐어짜는데 쓰고 있는지 가여워지려고 합니다.

마침내 통 안에서 나온 내 욕신을 걸치고 있던 의복들은 미움과 분노, 증오가 씻겨나가 온전히 평화로워졌습니다.

 

 

 

사진출처:kor.pngtree.com

 

글마무리

지금의 눈에 보이는 상황에 대해 나를 너무 들들 볶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다고 순리를 내가 바꿀 수도 없습니다. 나의 시간까지 자꾸 태우다 보면  촉촉함이 다 빠져 바짝 마른 갓 벗은 옷들의 어그러진 모습처럼 삶도  흉측하게 구겨지고 비틀어져서 남게 될 수도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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