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무의식의 창조적인 힘이 발현되는 곳 --융-
며칠 전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셨습니다.
아버지는 긴 병환생활을 하셨고 가난한 집의 티끌만 한 돈까지 다 거들내시고 쉰 중반을 넘기시고 돌아가셨지요.
그나마 본인이 빚을 남기지 않으려고 병원입원을 마다하시며 남은 가족들이 힘들지 않게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나의 아버지에 대하여
가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의무를 하고싶어하셨던 그 애절한 의지가 보여주셨던 그 마음을 헤아린지라 내 마음속엔 아직도 고마움과 동시에 한인 간의 불행한 삶이 가슴 아리도록 아픕니다. 내 유년시절의 아버지는 내게 좋은 아버지라고는 할 수없습니다.
술을 매일 드셨고 술취해서 폭력을 잦은 행사하기도 했는데 동생들은 어리고 반발이 없어서 으름장만 크게 놓았지만 나는 정면으로 대드는 바람에 엄청나게 얻어맞았습니다. 어머니는 주워온 자식에게도 저렇게 안 할 거라 하면서 눈물을 훔치시며 등을 돌리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술을 마시지않았을때의 아버지는 성경책을 줄줄 외워서 나를 앞에 앉혀놓고 이야기하듯 해주시고 정치경제에 대해 박학다식한 설명을 곁들이셨습니다. 당시에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절에 열심히 다니시던 불교신자여서 아버지집안 제사를 아빠 없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 큰아버지집에서 엄마 혼자 지내시던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다.
키가 173을 넘기지 않으신 아담한 체구에 이목구비가 오목조목 이쁘셔서 사진을 보면 배우 박시후와 많이 닮으셨어요. 야무지셨고 다른 사람들에겐 한없이 인간적이고 다정하셨더랬습니다. 아버지 초상권관계로 배우 박시후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사실 내 눈엔 우리 아버지가 더 멋지게 생긴 것 같습니다.
학교공부도 제대로 안 시키고 팥쥐엄마처럼 일만 잔뜩 시키고 구박하며 구타를 일삼던 유독 나에게만 세상 못된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아버지였지만 이상하게 나는 아버지를 좋아했습니다.
이러한 애정은 폭력적입니다. 소위 "애증"이라고 표현되는 그런 관계가 아버지와 나였던 것 같습니다. 제일 상종 못할게 애증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착란 오기 딱 좋은 공포 서린 감정이라고 여겨집니다. 때때로 연인에게서 이런 감정이 올 때는 부부로 가기 전에 과감히 잘라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법적관계로 묶이면 정말 골 때리기 때문이지요. 암튼 원래 꿈 이야기만 쓸려고 했는데 아버지 가 꿈의 주인공이라 주연에 대한 설명이 좀 길었습니다.ㅋㅋ
이제부터 진짜 꿈이야기
이토록 애증 愛憎 의과계에 놓인 아버지가 꿈에 금요일 밤 토요일 새벽일수도 있지만 나타나신 것입니다.
게다가 무슨 숫자를 무려 다짜고짜 6개나 알려주셨습니다.
이건... 우와... 이건 로또숫자이겠지?
살면서 로또를 사본적은 손안에 꼽을 정도밖에 없습니다. 운이 그리 좋은 사람이 못되었기에 그런 횡재운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연히 그 숫자는 로또 번호 일 것이라 생각을 했고 눈뜨자마자 잊어먹기 전에 종이에 적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엔 로또 당첨발표가 있습니다. 동네슈퍼 귀퉁이에 로또상점에 들러 숫자 한 줄만큼 2.5유로 당당히 지불하고 샀습니다. 귀 얇은 내 남편이 자기 것도 똑같이 사달라 해서 2.5유로 한 장 더 사면서 당첨 시 분배조건까지 서로 합의해 놓았습니다.
발표를 기다리는 하루동안 꽤 설레었었습니다. 화면에 빨려 들어갈 만큼 티브이에 바짝 들러붙어 앉아서 결과를 보았습니다...........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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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하나도 맞지 않았습니다.
자동으로 했을 때는 그래도 하나는 맞는다며 남편이 허헛~ 하며 웃다가 그래도 하루정도 기분 좋은 기대감이 있었으니 그 몫은 다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글 마무리
로또당첨은 선한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 하늘이 그 보답으로 주는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그야말로 횡재한 사람이 당연히 있고, 이 믿음은 사실과 다를 수도 있지만 나는 아직 그런 하늘의 선물을 받을만한 일을 하지 않았으므로 준비가 안 된 사람인 것입니다. 아마도 아버지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잊은 채 하루하루 시간만 죽이며 불만의 삶을 사는 지금의 나에게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숫자를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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