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곳은 인구 만삼천명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시골마을입니다. 이곳엔 매년 새해가 되면 신년음악회가 열려요. 음악회는 사실 일 년 내내 소소하게 있지만 지역 음악축제 인 대규모의 슐레스비히 홀스타인 뮤직페스티벌 -Schleswig-Holstein Musik Festival -역시 웅장하게 열리기도 합니다. 북부지역에선 최대규 모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음악회가 시작되는 시즌이 되면 여기저기 음악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드는듯한 클래식 콘서트를 보며 처음엔 놀라웠어요. 부근에 회사가 있긴 해도 대체로 가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인데 그분들이 듣는 음악이 베토벤, 바거너 , 모차르트 라니....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악기 하나정도 집에서 다 다루시어서 굉장히 로맨틱하게 느껴졌답니다.
딱히 멋드러져 보이지는 않은데 (진짜 무뚝뚝하고 유머 없고 (그들은 유머를 말하나 얼음처럼 차갑고 어두워서 웃을 수가 없는..) 재미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는 그토록 지적으로 보일 수가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의 일상을 함께 해온 오랜 역사를 담은 어쩌면 우리의 민요 나 전통음악처럼 삶의 애환을 담은 음악이라 누구나 지금도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내가 멋지게 생각하는 클래식 을 우리의 민요나 전통음악을 보듯이 봐야 하거늘 클래식은 지적이고 멋있게 보면서 우리의 전통음악에 대해선 스스로 자국의 문화에 가치를 높이지 않는 우 愚 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가 나를 포함한 이 사고를 가진 한국사람들이라면 한 번은 되짚어볼 문제라 여겨집니다.
올해 공연된 신년 음악회 곡들
올해는 전통클래식 음악가들의 곡을 연주하던 여느떄와는 달리 신인 여류작곡가의 곡과 뮤지컬곡이나 대중적인 곡들을 연주하였습니다. 공연시작 거의 1시간 전쯤 지휘자가 작은 강당에서 오늘 연주할 곡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있더라고요. 저희도 미리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연주곡에 관한 사전 설명을 들었어요.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3분의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보청기 끼신 분 휠체어 밀고 오신 분 등... 오늘 지휘하실 분은 하리쉬 샹카라는 플랜즈부그 ( Flensburg) 극장 상임지휘자입니다. 외모를 보며 인도사람인가? 생각했는데 말레이시아 출생이라고 하네요. 너~~~~ 무 수수해서 정겹게 느껴집니다. 클라우스 메켈레를 상상하고 있던 나에게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어르신들의 폭풍 질문에 유머로 찬찬히 설명 잘해주었어요.
첫 음악은 팡파르 (Fanfare)로 시작하였습니다. Aaron Copland(1900-1990) - Fanfare for the Common Man 제격이었죠. 뭔가 설렘이 일 이 일어날 것 같이 가볍게 몸을 슬슬 풀게 합니다.
본격적 첫 곡은 Khadija Zeynalobas 가 작곡한 불의 신전 (Ateshgah)입니다. 카디야 제나로바스는 아제르바이잔 출신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레가토 활의 다리가 되어 사람을 음악과 예술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불의 신전 : 꺼지지 않는 불 이 타오르고 있는 불의 신전이 있는 곳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 러시아 등과 접해있는 카스피아연안의 이슬람 국가입니다. 니체 책을 읽으신 분이라면 익히 잘 들어왔을 조로아스터교 성지 아테시카 사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페르시아의 예언자 자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가 창시한 조로아스터교는 불을 숭배하여 배화교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 라 꺼지지 않는 불 이 활활 타고 있는 이 사원이 성지가 될 수밖에 없겠죠.
손에 드는 작은북을 두드리며 연주가 시작되는데 불이 활활 타다가 가라앉다가 다시 일어나는듯한 그 느낌을 온전히 다 담아놓은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이 활활 타오르는 불로 저 ~ ( ) 곳에 있는 악귀들을 다 태워버려 주소서~
다음곡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연주까지 하고 중간 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약 15분 정도의 휴식 시간엔 라운지에서 이렇게 샴페인이나 기타 음료들을 마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를 초대해 준 이나(Ina) 에게 샴페인을 대접했습니다.
아는 사람들이 눈에 띄어서 가서 인사도 나누고 안부도 묻고 합니다. 이럴 때 아니면 볼 일 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집 밖을 거의 안 나갑니다. 방구석일렬로 요즘 보통의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컴퓨터세상에서 놀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날씨가 집 밖의 인테리어를 안개, 비, 폭풍, 어둠으로 장식해 놓았기 때문이지요.
2 부 곡으로 멕시코 여류작곡가의 긴 곡으로 연주가 있었는데 지루하지 않고 경쾌함과 부드러움과 사랑스러움이 교차로 연주되어서 마음에 살랑살랑 바람이 스며들어오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자꾸 내 눈에 좀 거슬리는 게 저 지휘자의 연미복입니다. 차라리 완전 검은색이었으면 더 무게감이 실려서 좋았을 텐데 너무 가벼웠어요 그렇잖아도 오늘 곡 들이 가벼웠는데 굳이 말레이시아전통복을 가미하고자 했을까 뭐 기타 등등.. 이건 요즘 가뜩이나 불만이 습관화된지라 내란성 불만증 이 병증으로 유발한 것 같습니다.
앙코르 곡으로 스타워즈를 연주해 주었는데 옆지기가 특히나 좋아하는 곡이라 덩달아 굿 쵸이스인 것 같습니다.
매표하는 데에 표시되어 있는 공연시작, 휴식시간, 마치는 시간 대로 공연은 막을 내렸습니다. 사람들은 일어나서 박수를 쳤고 독일 공연장에서 마지막에 늘 들을 수 있는 추가베 (ZUGABE ) ~~~ 앙코르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는 건 그래도 오늘공연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일 것입니다.
글 마무리
영혼이 숨을 쉬게 되는 듯 뭔가 편하고 충만해진 느낌입니다. 역시나 우리에겐 예술이라는 약 도 가끔씩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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