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딴생각을 자주 하다 보니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음식을 깜빡하고 잊을 때가 더러 있어요.
이번이 벌써 한 열 번째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보통은 뭔가를 뎁힐때 발생합니다.
아예 요리를 하는경우에는 부엌에 있기 때문에 일이 생기지 않는데 음식을 따뜻하게 덥혀야 할 때
가스불에 올려놓고 잠시 따른 것 하다 보면 새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9번 이 다 그렇게 사달이 난 거고 한번 정도는 주전자를 옴팡 태워먹었는데
대추차 끓이면서 약불에 해놓고 반나절을 올려놓았었다죠.
지금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아마도 집이 홀라당 탈 수도 있었을 참으로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습니다.
남편은 지금부터는 냄비를 가스불에 올려놓으면 핸드폰에 알람을 울리게 해 놓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합니다.
그리하여 핸드폰 알람을 켜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핸드폰이 방안에 있었고 잠시 텃밭에 나갔는데
옆집 카롤리네 와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줄 몰랐습니다.
부엌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탄 냄새가 나길래 후다닥 뛰어들어갔을 땐 이미 냄비 안의 내용물은 말라비틀어져
새까맣게 타서 흔적조차 몰라보게 되었고 냄비까지 타버릴 기세로 화력도 세게 켜놓았더라고요.
아이고... 어쩌지... 이 냄비로 말하자면 그래도 다른 지방에서 사 온 나름 의미 있는 주방용품입니다.
우리 집 다용도실엔 냄비종류가 제법 많이 있어요.
그런데 사이즈가 좀 애매한 게 많아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 작년 브레멘 여행 가서 모든 용도에 딱 맞는 사이즈의 휘슬러 냄비를 발견하여 사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었습니다.
찌개 용 과 약 이틀분의 국을 끓이기엔 안성맞춤의 크기이죠.
뚜껑이 손에 딱 맞게 잡혀서 그것도 퍽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베이킹파우더를 풀어서 반나절 물어 담갔다가 철 수세미로 닦았습니다.
팔뚝근육이 생길 만큼 힘을 줘서 다시 원상태모습을 기대하면서요.
탄 자국은 없어졌지만 더 이상의 반들반들한 모습은 아니네요.
냄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나의 부주의로 냄비얼굴에 철 수세미로 흠집를 냈으니깐요.
한동안 좀 쉬게 해 주렵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이젠 음식 덥힐 때 반드시 가스레인지 옆에 서있으렵니다.
탄 냄비 세척방법은 다들 아시겠지만 독일도 역시 베이킹파우더 넣고 오래 불려놓았다가 씻어내는 방법을 씁니다. 식초를 넣었더니 좀 더 효과가 좋은 것 같았어요.
가스불 한 번씩 째려보면서 내용물이 서서히 덥혀지는 모습을 지켜보면 또한 거기서도 어떤 서사를 만들어 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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