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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안도현시인이 선량한 국민들에게 권한 시집 -푸른바다 검게울던 물 의 말

by 검은양(黑未) 2025.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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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에서는 섬 은 아니나 어디를 가도 물이 흐르고 황토색 출렁이는 바다같은 강이 보이는 곳입니다. 바람이 유독 많아서 바닥의 흙들이 양주5병마시고 속뒤비져서 안에것을 다 개워낸듯 누르끼리 푸르끼리한 색깔이 되었습니다.  그런바다를 바라보면 절로 속 이 쓰렸던것이 우연이지만은 아닐듯합니다.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신문을 읽다가 안도현 시인이 쓴 칼럼 글 이 눈에 들어옵니다. 

거기에 아랫문단 쯤 읽었었던 줄에서  "선량한 국민들에게 이 시집을 권합니다"  라고 쓴 부분은  영화 "Das Leben der anderen" 이 떠올려집니다. "타인의 삶" 이라고 알려진 이 영화속에서 주인공역 드레이먼은  자신의 소설책 " 선한 사람의 소나타" 를 그를 도와줬던 비슬러 를 위해 헌정 한다고 서문에 적어놓았습니다. 헌신 ,감사의 마음으로 ..이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노력하는 지금의 국민을 가리키는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권선희 시인이 쓴 푸른바다 검게 울던 물 의 말 이라는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화장하지않은 맨 얼굴의 순박한 처자같습니다. 노골적이라 오히려 편합니다. 꾸미지않아서 막 헐렁한 체육복바지 입고 소꼽친구와 앉아있는것 같습니다. 

 

 

권선희 시인에 대하여

권선희 시인은 1965 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하였어요.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대표작으로" 꽃마차는 울며 간다 "" 구룡포가 간다" 푸른바다 검게울던 물 의 말 " 등이 있어요. 앞에 두 작품은 포항 구룡포에 살면서 써내려간 시 들이랍니다.

 

시 詩를 쓰는일뿐아니라 사회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노동자의 삶이나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시로 표현을 많이 했으며 박근혜정부때 세월호 추모 팽목항에갔다는 이유로 문화블랙리스트에 올라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대요.

 

푸른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시집에 실린 詩

 

 

 

못 할 짓

 

느그 아부지는 요즘 날마다 메뚜기를 잡아다 잡숫는다

배추밭으로 논으로 한바퀴 돌면 꽤 잡아 오시거든

다리 떼고 나래 떼고 달달 볶아서 꼭꼭 씹어 잡숫는다

나보고도 자꾸 먹으라고 하는데

난 안먹어, 못먹어

고 볼록한 것도 눈이라고 잡으려고 손 내밀면 어쩌는지 아냐

벼 잎을 안고 뱅글뱅글 뒤로 돌아가 숨어

그래도 잡히겠다 싶으면 톡 떨어져 죽은 척을 ㅎ

살겠다고 용을 쓰는 거지 뭐야

다 늙은것이 그 애처로운 몸짓을 어찌 먹나

못 할 짓이지

 

큰오빠 생일이면 앵두 발갛게 돋는 우물가에서

기르던 닭 모가지도 비틀던 엄마가

 

막내가 사나흘 몸 덜며 누웠을 떄

후박나무 큰 가지에 흰토끼 매달고 단숨에 가죽 벗겨

옻나무에 고아 먹이던 엄마가

 

 

첫눈

 

 목욕탕 구석 장판 깔린 간이침대가 일터인 여자

젖은 팬티 젖은 브래지어가 유니폼인 화자씨가

손님 얼굴에 오이 갈아얹고

겨드랑이며 사타구니며 정성껏 때를 민다

힘들 떄마다 성수 한바가지씩 끼얹어가며

날 떄부터 굽은 등 숙여 밥을 번다

 

좋다고 달라붙은 사내가 하나 있었지만

눈 맑은 새끼도 하나 있었지만

이후를 말할 수 없다

 

외로운 물칸 떠도는 꽃의 자식 

사네 못사네 죽이네 살리네 대들어봤자

둥근 무덤 짊어진 죄만으로도

이번 생은 무조건 화자 잘못이었다

 

환갑 지나도 화자야, 화자야 불리며

목욕탕 휴게실에서 숙식하는 겨울

싹싹 비벼 빤 호피 무늬 속옷 창가 건조대에 널며

화자씨 말갛게 웃는 이유.

 

저는 이 두개의 시를 골라서 읽으며 마치 글자가 점철로 동영상을 만들어 보여지듯 그만 활자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어렸을때 언니오빠들 손에 쥐어진 메뚜기 , 구어먹겠다고 모닥불 지피던 풍경 등이 고스란히 그려졌어요.  

 

그리고 어른이 되어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때말입니다, 피곤한 몸을 세신사에 맡겼던 그 세신사 분 이 떠오릅니다. 삶의 노곤함이 때 로 벗겨지는 느낌이라 주말에 목욕가는 날이 기다려졌었어요. 시 속엔 축축한 세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글마무리

안도현시인의 "푸른바다 검게울던 물 의 말" 시평에 의하면 권선희 시 안의 인물들에 대해 " 현실에 대한 분노가 없고 타자에 대한 증오가 없으며 미래에 도래할 어떤 희망을 위해 집단적으로 연대하거나 무엇을 조직하지 않는다 . 이들은 우리가 쓸데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언어들을 구사하며 그냥, 그대로, 바닷가에서 살아간다 라고 썼습니다. 저는 이 문장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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