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3세 인 시어머니 우즐라는 요양원에 머문 지 5년이 되었습니다. 영면하시기 2주 전을 제외하고는 맑고 또렷한 기억력에 퍼즐 맞추기를 즐겨했었어요. 글래머 한 체격에 단정한 옷차림과 언행을 하였고 루트교의 신앙심 깊은 사람 특유의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은 조금은 냉정하고 가까이하기 쉽지 않았던 그녀였습니다.
구순을 넘긴 나의 시어머니 우즐라 (Ursula) 와 의 기억
시어머니 우즐라 는 독일남쪽에 살고 계셨는데 900킬로 떨어진 북부 우리 집에 오는 날엔 바닷바람을 맞으며 둑 길을 걸기를 좋아했습니다.
바람 앞에 얼굴을 대고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2시간 이상 걷기를 가뿐히 하시는 시어머니에 비해 사실 저는 30분 이상 걷는 게 힘들었어요. 시어머니와 보조를 맞추는 게 부담이 되어 자주 옆지기만 산책길에 함께 내보내었었답니다. 남편 역시 산책에서 돌아오면 가끔은 피곤하다곤 했지요.
그렇게 건강하시던 분이 5년전에 넘어져서 골반을 다치고서 움직이지 못하시자 서서히 말수도 없어졌어요. 식사도 잘 안 하시고 교회도 더 이상 안 나가며 사람들을 안 만나기 시작했다 합니다. 당시 그녀는 시동생과 가깝게 살고 있었고 우리와는 사는 곳이 떨어져 있어 사소하게 변하는 그녀의 내면 상황을 모르고 있었답니다.
결국엔 북쪽 바닷바람을 좋아하시는 그 분을 위해 이곳 요양원으로 뫼시었습니다. 북쪽 바다의 바람을 호흡하시고는 시어머니께서 생기를 얻어시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조금 돌아왔어요.
5년간 특별한 다른 질병없이 지내왔습니다. 단지 그녀는 빨리 하느님 곁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늘 해왔어요. 저는 이제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아 슬퍼하지 않고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시어머니와 나 는 그렇게 살갑고 좋은 관계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대립이 어쩌면 더 많았어요. 우선 나와의 결혼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말을 들었던게 첫 단추 잘못 꿴것었던것 같고요.. 굳이 말하자면 나는 불교성향이 강했고 그리하여 집안에 부처님 그림과 불교용품들이 많았는데 그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아 그분이 오실 때는 이런 것들을 다 치워놓았더랬어요.
대체로 사적인 일에 이기적이었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나와의 관계에 은근히 선 을 긋는 게 느껴질 때는 대놓고 하는 사람 보다 더 얄미웠어요.
한번은 나의 독일어 실력이 늘지 않음에 핀잔을 주고 자존심을 상하는 말을 하길래 성질 더러븐 나는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말라며 엄포를 놓는 큰 사건이 있었어요. 중간에서 남편은 안절부절못했고 실제로 몇 년간 시어머니는 북쪽을 오지 못했어요.
지금생각하면 나의 행동은 참으로 기가막힐일이지만 그간 참고 참았던 여러 사건들이 있었기에 그때일은 트리거에 불가했던 것 같아요.
미움과 원망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북쪽 요양원으로 오면서 부터는 우리의 관계는 여느 일반 사람들과 같이 적당한 애정, 상호 우호적으로 되어갔습니다. 나도 편하게 되고 애교도 부리게 되고 그녀는 나와 자신의 아들이 아주 좋은 하모니를 이루는 부부 라며 극찬을 하기에 이렇게 되었어요.
Es ist gut solange es gut endet - 끝이 좋으면 모든게 좋다
독일속담에는 "끝이 좋아야 모든게 좋다 "라는 말 이 있어요. 처음엔 삐끗하고 어그러졌었지만 마무리는 좋았던 시어머니와 나,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녀의 하늘로의 소풍이 즐겁기를 기도하며 하나님과의 만남에 기뻐할 우즐라를 그려봅니다.
그녀의 유품
너무나 소박한 그녀의 유품은 처음 물질에 혹한 내가 기대한 것과는 달랐습니다. 대단한 패물 이 있지도 않았고 값나가는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교회나 인도네시아 , 스리랑카 등에 기부하는 것으로 이루어진 삶이라 그런지 자신에 대해서는 깔끔하지만 오래된 옷과 각종 필기구와 편지지나봉투 그리고 책 들, 그녀의 역사가 담긴 사진첩뿐이었어요.
그녀의 아이때 사진과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을 결혼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식대로의 애도 를 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누구를 위하여서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해 살아있는 자들은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녀의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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