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세탁기가 10년도 못 채우고 불꽃을 튀기며 고장이 났습니다. 처음엔 수리를 할까 고민하다 독일은 인건비가 워낙 비싸서 사람 한번 불렀다 하면 수리를 하지 않더라도 출장비다 뭐다 나가는 기본 비용이 워낙 비쌉니다 게다가 부품구입을 해야 할 경우엔 부품을 기다리는 시간과 고치는 시간을 계산하면 숨넘어갈 일이 생기기 때문에 깨끗하게 포기하는 게 지혜로운 처사일 거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엔 밀레 세탁기로 선택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밀레 가전제품들이 정말 오래갔던 것 같습니다. 성능도 밀레 세탁기가 평이 좋기도 하여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밀레 Miele 는 독일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전제품 브랜드입니다. 워낙 전통이 오래되어서이기도 해서인지 집집마다 밀레가전제품하나씩은 있더라고요.
독일에 와서 맨처음 사용한 가전제품은 청소기였어요. 빨간색이었는데 심플한 디자인이었어요. 그다지 눈길이 가지는 않았지만 성능은 좋았어요. 딱히 탁월한 성능이라기보다 간편하게 쓸 수 있고 아무렇게나 다루어도 되는 편한 제품이었어요. 그런 것 있잖아요, 너무 고급지면 사용할 때도 조심스럽고 그러다 보면 불편해서 잘 안 쓰게 되잖아요
밀레의 제품은 고장이 나서 바꾼다기 보다는 싫증이 나서 바꾼다는 평이 나있는 게 사실임을 체감할 수 있었던 게 20년이 훌쩍 넘었어도 아직까지 작동이 잘 되고 있는 이 청소기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지금은 창고청소용으로 이용하고 있답니다.
구 舊세탁기 가 가고 신 新 밀레 세탁기 가 오다- 나에게 세탁기란..
세탁기는 나에게 조금은 특별합니다. 예전에 세탁기에 대한 글을 써 올린 적도 있으니깐요. 세탁기는 내 묵은 분노나 슬픔을 씻어내어 주는 존재로 인식을 합니다. 세탁기 가 작동할 때 옆에 서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탈수할 때 미친 듯이 몸체를 흔들 때는 희열감이나 통쾌함마저 느껴지죠.
세탁기가 수명을 다하여 생을 마감하였을 때 이상한 슬픔이 왔습니다. 10년 가까이 말벗이 되어주었던 그였기 때문이지요. 업체에서 와서 가지고 갈 때 나의 벗이 떠나는 듯 아쉽고 허전했어요. 그러나 곧이어 바로 새로운 친구가 놓였을 때 기쁨은 말로 못합니다.
앞전의 친구는 입이 뾰족하게, 아니 살짝 돌출되게 생겼는데 이번 밀레친구는 미끈하게 잘빠졌습니다. 몸통의 허리 부분은 찬란하게 은빛으로 빛났고요, 왠지 외모적으로는 옛것보다 좀 더 수려한 것 같습니다. 왠지 든든한 친구 하나 얻은 것 같아 마음이 충만합니다.
받자마자 세탁을 해봤습니다. 소음이 없는 게 놀랍습니다. 앞친구는 진짜 요란했거든요. 조용한 이 친구, 중후한 매력이 있네요. 근데 너무 조용해서 아쉬움이...
사람이나 물건이나 동식물이나 외모가 뛰어나다는 건 그 모든 조건에서 우선순위를 얻을 수 있는 인자인 것 같습니다. 이건 약간 씁쓸하네요.
밀레 Miele 회사에 대하여
밀레 가전제품이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신형 최고급아파트에 빌트인으로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밀레 회사에 관해 간단히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밀레 회사는 휘트스로허 (Gütersloh)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밀레와 친칸 에 의해 1899에 우유원심분리기를 최초로 제조하며 제조업을 시작하였어요.
1927년에 진공청소기를 생산하였고 1929년에 유럽최초의 자동식기세척기가 제조되었습니다. 그 시절에 전기 세척기라니 우리나라의 그때 상황을 그려보면 놀라운 기술발전인 것 같아요. 그것도 그릇 씻는 기계의 제조가 그토록 이르다는 걸 상상을 할 수 없습니다.
이어 밀레는 1930년에 첫 오토바이를 생산해 냅니다. 독일에서 가장 큰 오토바이 제조업체였다고 하는군요. 이후에 세탁기와 각종 주방기구들과 가전제품이 생산이 됩니다,
지금은 4대째 밀레와 친칸 가족들이 경영을 해오고 있습니다. 밀레는 실적이 뛰어남에도 비상장을 고집하고 있대요. 이는 외부압력에도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내적 건실한 회사운영을 위해서라는군요. 매년 매출이익의 10 프로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모범적 회사입니다.
★회사복지도 좋아서 이곳에 한번 일하면 은퇴까지 오래 일하다 보니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출퇴근하는 걸 보는 게 흔합니다.
글 마무리
집안에서 쓰이는 각종 가전제품 중에 특별히 애정하는 것들이 하나씩은 있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세탁기이지만 요.
밀레는 기업윤리의식도 좋아서 제품에 신뢰가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것들엔 영혼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에너지는 어디에고 존재하니깐요. 감사한 마음으로 새로 온 나의 벗 세탁기와 오래오래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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