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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취한김에 할말을 다했다-외국인 남편을 향한 취중진담 (술이 도움이될때)

by 검은양(黑未) 2025.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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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편과 와인을 한병 나눠마셨어요. 요즘 너무나 바빠 마주 얼굴 보고 얘기할 시간이 거의 없었기에 모처럼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원래 술을 좋아는 하지만 빨리 취하는 지병이 있어 술 마실 때는 신중하게 어느 정도 절제를 해야 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아주 오랜만이기도 했지만 드물게 햇빛이 저녁시간까지 가늘게 늘어져있어 기분이 업 되어서 와인이 쭉 쭉 잘 들어가더라구요.  저는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인심이 후하고 대인류애가 넘치는 독일 남편을 두고 있어요.

 

독일어가 물에 빠져 이상한 언어를 내뱉어도 어쩜 그렇게 다~ 잘 알아들어서 정확한 응수를  합니다 . 그 덕분에 언어의 발전은 후진국에 머물러 있지요.  근데  술이 들어가면 어쩜 그렇게 유창하게 말이 잘되는지 스스로가 대견하기까지 합니다.

 

평소엔 고맙다, 당신이 최고다, 멋지다 라는 말을 자주 하기는 하지만 문득 사실 난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내친김에 지하에서 쭈그리고 앉아 울던 불만이 들을 한꺼번에 우르르~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당신 맥주 마시고 탁자 위에 매번 그냥 두는 것 짜증 난다, 부엌 개수대에서 손 씻고 사방팔방 물 튕기는 것 신경 거슬린다... 말할 때마다 그러나, 그러나 이 말도 심히 짜증 나고 듣기 싫다.

 

등등 갑자기 방언 터지듯 그간의 불만이 갑툭 나와서 스스로도 매우 놀랐습니다.

사실 그게 그렇게 쌓아둘 만큼 언짢은 것도 아니었는데 술기운이 좀 오르자 기분이 쪼끔 나빠지면서 분노게이지 백 프로에 달 할 것 같은 단어만 골라서 말한다는 건 알코올의 가장 부정적인 요소인 것 같습니다....

혹여나 내 안에 다른 불만이 가 있어서 지가 이참에 헐크처럼 셔츠 쥐어뜯고 나온 게 아닐까 여겨집니다.

 

 

순간의 침묵..

 

와인 두 잔은 위험해... 한잔에 살짝 알딸딸할 때가 좋은 것이었어.

 

사태수습위해 남편님에게 사랑의 뽀뽀를 찐하게 예의 바른 구십도 인사하고 안녕히 주무세요~ 후다닥 내방으로 왔습니다. 

 

 

Getty Image

 

 

 

진나라 시인 도연명은 근심을 잊게 해 준다고 하여 술을 ‘망우물’(忘憂物)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술을 마시고 진심을 이야기한다는 뜻의 ‘취중진담’이라는 노래가 유행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어지기도 했지요.

 

醉中眞談 술에 취한 동안 털어놓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을 뜻한다고 사전에 나오네요.  취중고백이라고도 하는 이 단어는 1976년부터 사용하였다고 하고요.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알코올 중독 연구소(NIAAA)의 소장인 조지 쿱(George Koob)은 한 연구에서 어린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술에 취했을 때 반성, 후회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이상 없다고 밝혔습니다.

 

알코올에 취하면 그 순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든 ,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에 대해 가져올 손실에 대한 결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원인은 뇌의 전두엽에 있습니다.

 

전두엽은 반사, 충동 조절 및 사회적 행동을 포함한 많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전두엽이 마비되면 말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된답니다.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는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을 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할지라도 그렇게 합니다. - 나의 속사포처럼 퍼부은 말은 전두옆마비로 일어난 것이었다는...

 

전두옆의 마비로 인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절제도 안되어 계속 술을 더 마시게 되거나 자신에게 손해 갈 행동을 지속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freepik.es

 

 

 

※ 약간의 취함도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약간 술 이 취할 때 뇌가소성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 때가 많거든요.  특히 수줍음이 많거나 강박증이 있는 경우엔 분명히 알코올의 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자리에 술 이 항상 있는 이유가  대담하게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더 개방적이고 편안하게 되기 위함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마무리

오늘 아침에 옆지기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계란을 삶고 빵을 덥히고 커피를 끓였어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맥주병이나 잔 을 탁자 위에 두지 않겠으며 손 씻을 때 물이 튀지 않게 조심하겠다는 말을 덧붙혔어요. 저는 손사래를 치며 그거 아무것도 아니고 나 불만 없으며 나도 그런 말 하여서 미안하다고 하며 하하 웃었습니다. 둘 다 얼굴 쳐다보며 또 하하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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