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어요
바람까지 합세해서 밤새 창문을 잡고 흔들고 벽에 스며드는 축축한 습기로 잠을 설쳤어요
이런 날 엔 혼자 있는 게 쓸쓸합니다.
밤일을 하러 간 남편을 기다리며 아침을 맞이합니다.
폭풍이 치는 강바다 위에서 배를 조정하며 일을 하는 그 사람은 아침이 되자
퀭한 눈으로 퇴근을 하고 왔습니다.
잠을 자러 가는 남편의 뒤를 물끄러미 보다가 여전히 비바람 치는 밖을 향해 한 사발의 욕을 퍼부었습니다
낯짝도 두꺼운 가을비는 폭풍이라는 비열한 친구를 동반하여 밤새 깽판을 벌리고 다 떄려부숴며 놀았다면 아침에는
고요히 물러나야 함에도 해가 훤하니 올라온 지금까지도 광기를 던지며 발악을 하고 있었어요.
정원에 열심히 익어가고던 배, 사과, 자두들이 폭우들의 깽판에 맥없이 우두둑 떨어져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상처가 난 과일들을 아프게 자루에 담습니다.
미쳐 날뛰는 폭우에게 나는 눈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그만해 , 너는 심히 나에게 상처를 줬어. 그리고 이 과일들에게도 상처를 줬고 지금까지도 주고 있어. 그만하라고!!!!! "
예전에 연극할 때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같소"라는 작품을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극작가 이강백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어요
" 결혼이란 이런 걸까요? 확신을 주세요 날씨에도 변하지 않는 확신을...
오 이 맑은 날 저에게 한 방울의 비를 내려 주세요 비를 주세요"
인간의 흔들리는 내면을 날씨와 연결시켜 그리고 있는 작품이며 이 부분은 청혼을 받은 여자가 혼자서 하는 독백 부분입니다
확실히 날씨에 따라 나는 변합니다.
날씨가 좋으면 같은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보이는가 하면 매일 흐리고 비 오면 우울하고 부정적 사고가 일어납니다.
게다가 폭풍이라도 치면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 나를 때리려고 한다는 위협감이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김혜순 시인 님 은 이렇게 날씨에게 말을 하네요.
그리운 날씨
날씨와 나, 둘만 있어
다정했다
매서웠다
날씨의 기분...
날씨는 오늘 화가 많더니 울었어
나는 그 변덕을 사랑해.....
나는 날씨를 혼자 두는 게 미안해서
늘 불면이야
날씨와 나 늘 둘이지만
아침이면 말하곤 해
날씨야
내가 너를 열어줄게
날씨는 오늘 엄마 사라진 뒤의 나처럼
밝았다
잠들었다
바람 불었다
꺠어났다
.....
이 세상에는 너와 나 둘이면 충분해
다른 건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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