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 인구가 독일에서도 엄청납니다. 동호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옌스가 오랫동안 보이 지를 안기에 안부를 물었더니 고양이가 아파서 수술시키고 집에서 요양하는데 수발하느라고 못 나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특별한 수술이라 다른 지역에까지 데려가서 하느라 큰 비용이 들어서 아마도 이 클럽에선 탈퇴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고양이를 이들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신의 취미생활까지 포기하고 서포트하는 걸 보고 놀라웠습니다.
고양이는 반려견과 더불어 식구가 되었지만 저는 아직 고양이는 사람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그러나 가끔씩 고양이의 속마음이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소속은 앞집고양이이지만 마치 우리 집을 자기 집처럼 쓰고 있는 마를렌이라는 고양이와 이젠 제법 친해지다 보니 그녀의 언어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이때 우연히 알게된 프란체스코 마르치울리아노 가 쓴 "고양이의 시 "를 읽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재밌게 읽었어요. 눈에 확 들어오기도 했고 어쩜 이렇게 고양이의 마음을 대변하듯 잘 썼는지 감탄하며 읽게 되더라고요.
책은 2016년도에 나왔으니 제법 오래되었네요.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는 책일 것입니다. 작가는 에미상 수상작 " 시모어의 놀이집" 메인작가로 일을 하였고 샐리포스 웹툰작가 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무릎을 탁 치는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글이 돋보이더라고요.
147 페이지에 70여 편의 시 그리고 상당히 많은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고양이의 순간포착 사진들이 현실적이고 낯설지 않은 포즈 그것으로 이미 서사적 표현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시 두 편 소개해봅니다.
망했어
그건 오직 너만을 위한 거였어
우리 둘만의 소소한 장난이었다고
그걸로 함께 키득거리곤 했는데
오직 우리 둘이서만 말이야
그 특벽한 순간을 온라인에 올려버리다니
이제 4000만 명이
내가 개처럼 짖는다는 걸 알게 됐어
난 이불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
널 저주할 거야
넌 좋은 변호사나 구해둬
아니면 훌륭한 소속사를 구해주든지
아... 내가 얼마 전에도 SNS에 구구절절이 올린 앞집 마를렌 사진과 동생집 봄이 사진.. 게다가 그 녀석들의 욕이 담긴 험담를 혹시나 이들은 알아들은 건 아닐까 싶어 뜨끔해지는 시 詩 였어요. 조심해야지...

마를렌 이 내 앞에 죽은 새 한 마리 데리고 와서 저렇게 나를 보고 있었었는데 나는 엄청나게 이숙녀 에게 욕을 퍼부었거든요. 살생녀(살인자의 부드러운 표현)라고... 죽어 뻗어있는 작은 마이스 새를 묻어주면서 마를렌에겐 1주일 맛있는 깡통간식을 주지 않았더랬죠.
이 책에 보면 죽은 생쥐를 가져다주고 사랑을 표현한다 라는 게 있는데 아마도 마를렌은 나에게 자기의 간식을 챙겨주는 것에 대한 보답을 하려 한 것이었나 봅니다. (그렇다 손 치더라도 제발이지 작은 새는 죽이지 말아 다오..)
2.
그러니까 네가
그 몹쓸 물건을 내 목에 두르지 마
나를 현관문 밖으로 데려가지 마
공원에서 내 자랑 좀 하지 마
상점마다 나를 데리고 들어가지 좀 마
사람들이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본다고
흐뭇해하지 마
밖에 앉아서 전화로 수다 떨지 마
나를 데리고 동네방네 돌아다니지 좀 마
그러니까 네가 아직 애인이 없는 거야
오호 마지막 말이 뼈 때리는 바람에 에잇~ 하며 이 녀석 꼬리 한번 잡아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요?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하는 소리가 마구마구 들립니다. 사진과 시 가 어우러져 입꼬리가 올라가며 나도 몰래 어느새 고양이 속마음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네요. 이제는 고양이 소리도 들리는 조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오늘 마를렌과는 꽤나 오랫동안 대화가 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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