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환갑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남겨진 형제들은 서로가 의지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처럼 삶은 그리 녹록한 게 아니었습니다. 가족이라고 모두 감싸주고 돌봐주고 버팀목이 된다는 건 환상일 수도 있고 지나친 기대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그런 이상적인 가족모습은 드물기 때문에 드라마에 나오고 하는 것 같아요

마음이 있어도 각자의 삶이 있으니 그들의 삶이 피폐하면 도와줄수도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도움과 의지처를 기대하는 자체가 어쩌면 상대에게 부담이 될 뿐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부담을 준다는 것 역시 부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리었습니다. 내가 완전한 독립체 가 되지않으면 가족이라는 동맹도 붕괴되기가 쉽습니다.

가난한... 지지리도 가난한 집안에 병까지 얻은 부모님 , 이런 배경만으로도 자식들의 환경과 어떻게 자라나고 밥벌이를 하게 될지 뻔하게 상상이 가지요. 여기서 판검사나 재벌이 될 사람이 나오는 건 개천에서 용 나오는 만큼 희귀할 뿐입니다. 희귀하다는 것이지 없는 것은 아니니 예전엔 더러 일어난 일이지요.
비틀비틀 흔들리던 시간은 오로지 혼자서 걸어갔으며 버티고 또는 쓰러지며 시간을 견디어내었습니다. 내가 판검사나 재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가족에게 손벌리지는 않아야 한다는 게 의지가 가장 강렬하게 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타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몹시도 외롭고 힘들었었고 그에 못지않게 형제들 역시 각자의 시간들을 견디어 내고 있었던 어두운 시기였습니다.
꽤나 길었고 지리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안에 적어도 한사람쯤은 대단한 인물이 난다고 하는데 그 희귀한 일이 우리에겐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대단한 사람이 나타나지도 않았고 형제들 모두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며 어렵고 험악한 일이 일어났을 땐 평범한 사람들이 일으킨 기본적인 액션으로 서로에게 상처 입히고 울고 속상해하고 미워하다 형편이 나아지는 시간이 될 때는 서로를 또 돈독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절망의 시간을 지나자 희미하게 빛이 보였고 또 얼쑤들쑤 힘을 보태어주고자 애 를 쓰고 있습니다. 다른 집안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생각이 들어요.
엄청나게 부자가 우리중 있다면 이토록 우애가 좋을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가족이라 질투와 시기가 더 많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혹은 못난 열등의식이라 는 것이 침범하여 관계를 깨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긴 추석연휴를 이용하여 나의 가족 형제들이 먼 길 독일로 여행을 왔습니다. 저를 보러 왔다고 하는데 너무나 설레고 행복해서 잠을 못 자며 기다렸었었습니다. 지방에 살다 보니 오고 가는 시간 빼고 나니 고작 일주일있었는데 그 시간들이 짧았지만 소중했습니다. 7년처럼 일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꼼꼼히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내일부터는 이 시간들의 기록을 이어나가도록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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