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에 점점 염증이 생길 무렵 그것도 겨울추위가 시리고 아픈 2월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독일의 2월은 아무것도 없는 빈 밥공기에 얼음이 얼어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일조량이 적어해 를 구경하기도 힘들어 햇빛사냥을 나가도 허탕 치기 일쑤입니다. 어디를 찾아도 햇살은 찾을 수 없으니깐요. 이 시기에는 가만있어도 눈물이 나고 서러워지지요.
이럴 때는 먼 한국으로 햇빛수집하러 나가는 게 상책입니다. 고향인 남쪽으로 가면 햇빛사냥은 성공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부산은 참으로 내가 사랑하는 지역입니다. 유독 부모님일때문에 이리저리 이사 다니며 살다 보니 딱히 고향이라고 할만한 곳이 어디라고 딱 짚어 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부산에서의 기억이 가장 아름다워서인지 아니면 날씨가 친절해서인지 부산이 가장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진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부모님의 고향이 산청 일대 이어서 주변지역이 익숙하더라도 진주는 사람들에게도 정이 가지 않네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해집니다.
독일 (특히 북독일) 이라면 불가능한 이 시기에 모종을 심을 수 있는 대지의 상태가 된 것이 신납니다.
황토색의 흙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지는 이상한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곳의 흙은 진흙처럼 단단하고 석탄가루처럼 검고 어두운 색입니다. )
동생이 주말농장 텃밭 세동 을 구입하여 주말이면 이곳으로 일하러 가고 있어요.
저저번주에는 상추모종을 심었고 저번주엔 머위와 파 아스파라거스 쑥갓 방풍 모종을 심었어요. 완두콩 씨앗도 뿌렸고요, 감자도 심었습니다. 이제부터 자랑질하려고 해요. 이거 나만 신난 건가요?

상추가 가끔씩 찾아오는 매서운 봄의 시샘에 잘 견뎌내기를 바랐는데 다행히 저저번주의 추위에 잘 견뎌내었네요.

아스파라거스는 독일에서는 "슈파겔" 이라고 하는데요, 하얀 슈파겔은 4월에서 6월까지 제철인데 정말 맛있어요. 하얀슈파겔은 두덕을 높이해서 땅속에서 뽑습니다. 초록색은 관리도 쉽고 잘 커서 수확이 용이한것이 장점입니다. 그린색 아스파라거스 는 이렇게 심어놓으면 3년 정도 뒤에나 수확한다고 하네요.

대파입니다. 독일에선 맛볼 수 없는 한국의 대파맛이라 심어놓고 뿌듯했습니다. 한국의 대파는 단맛이 많이 나는 게 장점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니 더워서 옷을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풍경에서 자유가 느껴집니다


농장주인되시는 분이 자신이 직접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서인지 깔끔하고 거름도 부족한 것 없이 준비를 해두어서 좋았습니다. 이전에 주말농장하는 곳에 선 밭상태가 좋지 않아 동생들이 고생을 많이 하였다고 합니다. 농장엔 다양한 과실나무가 있어 꽃을 활짝 피워 풍요로움이 절로 느껴집니다.
누구에게나 일상일수 있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 기쁨은 척박한 곳에서 살아보고 나서야 알게 된 소중한 고마움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있는 곳에서 떠나봐야 좋은 게 보인다고 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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