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책의 날이었다는 걸 아시는지요? 무슨 날 무슨 날 많지만 "책의 날"이라고 지정된 날 이 있다는 건 의미가 더 크다고 여겨집니다. 요즘처럼 책을 읽는 사람이 자꾸 줄어드는 이때에 책을 읽자 라는 홍보효과도 있는 거지요. 저도 책을 그렇게 많이 읽지는 못합니다. 특히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놀기 바빠서 책 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하물며 티스토리에 글 하나 쓰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요? 낯익은 이웃블로그님의 글을 읽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기는 합니다만 저자신이 글을 쓰지 않는 것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동네에 작은 책방이 하나있습니다. 주택가에 있어서 찾기도 쉽지 않은 곳이라 더욱 변방느낌이 많이 납니다. 이렇게 작은 책방이 운영되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모릅니다. 아마도 책방지기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을 거라는 짐작이 가집니다.
저는 한국에있는동안이라도 이 책방의 행사에 참여하고 책을 사는 일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책을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한가로운 독일에 들어가서 읽으려고 미루어두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ㅎㅎ

대신에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은 적어도 한 달에 한 권이 있어 위안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사용하는 언어가 풍부해지고 있고 사고력이 발달된다는 느끼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보며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면도 있지요. 감정적으로 이해가 된다고도 할 수 있고 최소한 머리로서는 확실히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 책방 이름은 "생의 한가운데"라는 것으로 간판이 붙어있어요.
혹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독일의 여성작가 루이제린저(Luise Linser)의 저서 "생의 한가운데( Mitte des Lebens)"가 떠올려질 것입니다. 책방지기가 나름 의미를 담아서 책방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전혜린 책에 언급되어서 저는 알게 된 작가입니다.

이번 "책의 날"을 맞이하여 생의 한가운데 책방지기의 이벤트는 먼저 책방을 찾아주시는 순서대로 16분에게 시집 한 권과 꽃다발을 주는 것이었어요. 저는 아침 일찍 책방 문 열자마자 집에서 출발해서 갔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먼저 오신 분이 계셨더라고요
저는 세 번째 방문자로서 시집책선물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서점 안 내부는 그리 넓지 않지만 두 개의 조금 큰 방에서 독서토론이나 강연 같은 걸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요, 다양한 분야의 책들(신간과 베스트셀러) 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10년 넘게 많은 작가들이 다녀갔습니다 북콘서트는 변방에서 멋진 작가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선물로 받은 시집을 오늘 읽었습니다.
허영선 작가님의 4.3 레퀴엠이라는 부제를 단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 들 이어서"인데 책표지가 꽃분홍 너무 예뻐서 내용이 가벼운 꽃바람 같은 것일 거라고 상상을 하며 편하게 읽었습니다만..... 페이지 몇 장 못 넘기고 가슴이 아려서 멈췄습니다.
저는 4.3 제주 레퀴엠 부제를 깡무시하고 색깔에만 심취했던 것입니다. 나의 눈을 가리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자극적인 색채에 그저 홀렸던 것입니다. 책장을 덮고 눈을 감고 잠시 심호흡하며 기다리다 계속 읽었습니다. 저는 이 시 詩에 대한 서평은 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냥 활자의 무게가 무겁고 문자가 눈물을 흘렸고 그러다가 희망이 노을처럼 발갛게 물들여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허영선-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바닷길 곶자왈 돌빌레 구불구불 불편하여도
우리보다 앞서간 사람들이 걷고 걸었던 흙길
들바람 갯바람에 그을리며 흔들리며
걷고 걸어도 흙냄새 사람냄새 폴폴 나는 길
그런 길이라네
우리가 오래오래 걷고 싶은 길은
느릿느릿 소들이,
뚜벅뚜벅 말들이 걸어서 만든 길
가다가 그 눈과 마주치면
나도 안다는 양 절로 웃음 터지는 그런 길,
쇠똥 말똥 아무렇게나 밟혀도 그저 그윽한 길
느려터진 마소도 팔랑팔랑 나비도
인간과 함께하는 소박한 길
그런 길이라네
정말로 정말로 우리가 가꾸고 싶은 길은
모래언덕 연보라 순비기향 순박한 바당올레
이 오름 저 오름 능선이 마을길 이어주는
하늘 올레 같은
돌바람벽 틈새론 솔솔 전설이 흘러들고
그 길 위에서 아이들이 까르르 소리 내면
제주섬 올레도 따라 웃고,
팽나무 등걸 아래 자울자울 할머니
설운 역사 눈물도 닦아주던, 그런 고운 마을 길
그 길 위에 서면
너도나도 마냥 평화로워지는 길
그 길 위에 서면 너도나도 그저 행복해지는
그런 길이라네
하여 우리가 찾는 길은
자꾸만 넓어지는 길,
가쁜 숨 몰아쉬는 길이 아니라
늦어도 괜찮다 기다려주는 길
천천히 걸으면 황홀한 속살마저 보여주는 좁은 길
과거가 미래 향해 열려 있는 길이라네
진정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길 위의 마음하나
길 위의 사람하나
하나가 되는 길
흙의 깊은 마음과도 통 할 줄 아는 그런 길
사람의 길 이라네
이제 그 첫 번째 길 위에
너와 나 함께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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