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시골생활

독일의 묘지 ,죽음은 명랑하다

by 검은양(黑未) 2023. 7. 7.
반응형

내가 좋아하는 산책코스는 Friedhof (묘지 ) 주변을 에워싸며 걷는 길이다.

가끔씩 묘지 안으로 들어가서 죽은 자 들과 대화를 하기도 한다.

처음 독일어 배울때 Friedhof 가 묘지인 것에 꽤 매력을 느꼈다.

Fried는 평화의 의미라고 배우고 있었고 hof는 뜰, 안마당이라는 해석이니 "평화로운 뜰"인데

이 두단어가 합쳐져서 묘지라는 뜻이 되는 걸 보고 기가 막히게 말을 잘 만들었구나라고 여겨졌다.

이곳의 묘지 는 숲이 우거지고 꽃과 나무로 잘 어우러져 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네처럼 봉오리를 높이올리거나 하지 않고 비석 같은 것으로 세워져 있다.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때 묘지를 그분의 아버지와 같은

자리에 하는게 너무나 이상하게 여겨졌었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점이었는데 유교사상으로 교육받은 사람으로서 삼강오륜에 어긋나는 거라 여겨졌다. 조상위에 올라타는 게 무례하기 그지없어 보이지 않는가?

독일은 언어에서 위아래 구별이 거의없다 .

그러므로 부모자식 순서 가 의미가 없는것인것같다. 단지 망자사후 20년이 지났을 경우

그 묘지에 쓸수있다. 한국에서는 묘지에 가면 우울하고 슬펐다.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부모님 두분의 죽음이 묻힌 무덤은 시골 낮은 산 중턱에 있는데 건너편 산과 마주해서 부모님께선 앞산과

심심치 않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동생과 이야기하며 좋은 무덤위치라고 말하곤 했었다.

주변에 엄마가 좋아하시는 감나무 밤나무가 호위를 하고있고 가을이면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논이 저 아래로 있어 무덤이 무서울 이유가 없는데 혼자서 가서 앉아있는 건 마음의 부침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독일의 묘지는 너무나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무섭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오히려 모르는 죽은자들과의 대화가 스스럼없이 이어진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거기 가서 신세한탄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건 아마도 이곳의 장례식 역시도

그렇게 무겁지많은 안은걸 보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시큰 어머니 같은 경우는 신나는 노래 불러달라고 유언해서 장례식 때 노래를 같이 불렀던 적도 있고

장례식 후엔 같이 먹고 마시며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유족들은 앞으로 살아나가는 일상으로서

돌아가며 마무리를 한다. 거기엔 뼈가 녹아내릴 만큼의 한 이 묻어나지도 않고 슬픔은 있어나 수용이 있었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 은 그의 영혼을 잘 보내는것에 중심을 둔다.

죽은 자에 대한 배웅은 명랑하다.

아쉽고 아프겠지만 말이다.

 

 

                                                                               Friedhof- brunsbuettel.de

 

오늘도 나는 Friedhof 묘지 옆으로 기온 25도 햇빛 뽀숑뽀숑한 날씨에 숨넘어갈 듯 웃어젖히는 새소리를 들으며

발걸음 가볍게 산책을 했다.

작년에 돌아가신 앞집할머니 "게하다" 에게 들러 올해 할머니가 해주시는 그린콜 을 못 먹어서 속상했다고

푸념처럼 말을 늘어놓았다. 그랬더니 그녀는 머리맡에 피어있는 호텐지아(수국종류)를 흔들거리며

"내가 그린콜요리하나는 잘하지" 하며 응수를 하는듯했다.

죽음 은 끝이 아니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일뿐이다. 다른 삶으로 또 이어진다.

그 다른 삶이 흥미롭지않은가? 그래서 죽음은 명랑하여야 한다. 폴짝폴짝 아이들이 뛰듯이...

 

우리동네 묘지 Friedhof- brunsbuettel.de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