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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콩나물 키우기 에 성공하다

by 검은양(黑未) 202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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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반찬 중에 좋아하는 게 콩나물이다.

맛이 가장 중립에 가까우며 아삭한 식감과 어떤 양념을 하든 자신을 버리고 그 양념에 기꺼이 화합을 하는

매력적인 재료이다.

시골이라 한국음식재료 구입은 가끔씩 시내에나 가야 가능한데 어쩌다 콩나물이 겁나 먹고 싶을 땐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그래서 집에서 콩나물을 키워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심지어 콩나물 키우는 기구까지 사 와서 시도를 했었다.

10번 해서 한번 성공했다.

중국가게에서 산 콩은 아예 싹도 안 나고 썩어버렸다.

정성 들여서 물을 주기를 삼사일 하다 서서히 썩어가는 콩을 마주하면 맥 빠지고 속상하다.

싹이 좀 나는가 싶더니 자멸해 버렸다.

한국에서야 흔하디 흔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지만 흔하다고 귀하지 않은 건 아니다.

콩을 골라내고 물주는 내내 상태 안 좋은 것 가려내고...

너튜브에서 시키는 대로 다 해봤다.

거기선 심지어 플라스틱 물병에서도 탐스럽게 자라더니만 역시나 콩나물 키우는 기기의 문제는 전혀 아니었고

콩 자체의 문제다.

독일 유기농 콩을 사서도 해보았다.

몽글몽글 깨끗하게 생긴 메주콩 (sojabohnen)을 사서도 해보았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naturpur

 

그러다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지인이 한국가게에서 국산 서리태콩을 선물해 보냈다.

국산콩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이며 이거라면 콩나물이 가능해지겠다 싶었다.

콩 골라내는 작업을 거쳐 하루를 불려서 물 부지런히 주다 보니 이틀째 싹이 나고 4일쯤엔 제법 모양새가

갖추어졌고 7일째엔 드디어 수확을 할 수 있었다.

그 기쁨이란 이루말할 수 없었다.

드디어 좋아하는 반찬 하나는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는 게다.

무언가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빽 같은 건지 모른다.

사소한 행복은 이런 것일 게다.

아이를 기른 느낌, 흐뭇한 그런 느낌 지금이 그러하다.

콩나물아 애기야 가즈아~

 

                                                                            최서우에 의해 찍힘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로 부푼 대가리 쥐 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 같은 낭만이냐 하겠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콩나물에 대한 예의라는 복효근 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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