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시골생활

바람이 가을 을 문앞에 데리고 왔다

by 검은양(黑未) 2023. 8. 30.
반응형

아직까지는 살 위를 간지럽히는 달달한 바람이다.

지나친 애정으로 나를 괴롭히는 남자 친구처럼 살갗에 달라붙어 성가신 바람이 아니다.

뽀숑뽀숑한 아기가 내 품에 안기는 듯한 사랑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이다.

8월은 나와 남편에게 쉽지않았던 달이었다. 마음과 몸에 내려앉은 무게에 짓눌려 힘들게 버티고 있었지만

워낙 힘듦에 면역이 어느정도는 생겨있어서인지 잘 견뎌낸 것 같다.

 

우리네 삶은 문제가 하나 해결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죽을때까지 단맛과 쓴맛의 교차가 이어지게 되어있다.

그것에 익숙해지면 맛이 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여러 개의 맛이 존재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숨겨진 맛을 찾아내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사람을 세상은 박수를 보내고 우러러보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아직은 정확히 찾지를 못했다.

막연하게 느끼고는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다른 사람이 찾아내지 못한 그 색다른 맛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아침에 문을 열어 내 품에 안기는 바람의 냄새를 얼른 맡아보았다.

오늘은 유달리 달다. 단맛에는 중독성이 있어 위험하다.

그러나 어떠리 쓴맛 가득한 삶에 이 정도는 누려도 될만하지 않을까?

가을 이 짧아서 정신줄 놓으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 버리는 북독일 에서는 지금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고

가을 한올한올을 느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바람 한 점 , 햇빛 한 조각 , 국화꽃이 피는 모습, 새들의 이동 등 을 허투루 보아서는 안된다.

특히 해바라기가 씨앗이 여물어가는 과정에서는 청각까지 동원해야 할 것이다.

짧기에 아쉬움이 많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척박한 겨울이 올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잠시 접어두고 힘이 서서히 빠지고 있는 태양의 처량함에 같이

마음껏 동감을 해주는 시간이 되자.

 

가을에는 김옥종 시인의 시가 어울릴 것이다. 내 마음에게 주는 시

 

"누룽지 (누룽지의 방언)"

 

너무 바짝 엎드리지 않기

사랑하는 마음 없이 들러붙지 않기

뜨거운 열정에 어설프게 몸 내어주지 않기

맨손으로 받아줄 때 물컹거리지 않기

입술에 맡겼을 때 바삭한 척 않기

 

 

Photo by 최서우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