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시골생활

노란집에서 민어 한마리를 사왔다.

by 검은양(黑未) 2023. 9. 1.
반응형

사방 까지는 아니어도 삼방 이 강과 바다가 있는 곳에 살아도 생선은 여기서 비싸다.

그리고 종류도 그다지 많지도 않다.

협소한 생선종류를 보며 이 동네 사람들이 저러니 생각도 가짓수가 적다며 혼자서 중얼거린 적도 있다.

적어도 음식에 대해선 참으로 단조롭다.

왠만하면 다 접시하나로 식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면 우리의 7첩 반상이니 9첩 반상이니 하는 게 얼마나

문명적인지 자랑스럽다(이렇게 스스로 항상 국뽕을 펌퍼질한다)

 

집구조만 보더라도 옛날집은 부엌이 아주 작다 .

여러 가지 요리를 할 수 없는 지나치게 심플하고 좁은 공간이 배치되어 있다.

처음엔 집보러 다닐 때 거실만 겁나 커고 부엌이 콧구멍만 한 게 이해가 안 되었었는데 독일음식을 보니

딱히 요리라고 할만한게 거의 없으니 부엌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 약 30분 떨어진 곳에 생선가게가 있다. 노란색으로 사선으로 지붕이 세워져 있어 눈에 단박에

들어오는 이 가게는 사실 가게라기 보다는 생선을 요리하여 대형식당에 납부하거나 완제품으로 만들어 가게에

도매하는 식품업체 같은것이다.

그래서 항상 (거의 대부분)생선이 신선하기에 주로 여기서 생선을 구입한다.

 

내가 좋아하는 싱싱한 민어가 들어왔다고 연락이 왔다. 늘 있는 게 아니라서 우리가 이 생선 들어올 때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드렸기에 오늘 마침내 민어를 먹을수있다. 비싸긴 해도 생선살 맛이 최고로 좋아서 기회가 될 때마다 구입하는 생선중 하나다.

눈이 반짝반짝 살아있다.

민어 라는 이름이 "백성의 고기"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자산어보 에는 기록되어져있다. 왠지 민어 이름이 어여쁘게 느껴진다.

 

 

                                                                             사진출처: sondoctor.co.kr

 

 

집으로 와서 손질되어진 민어를 소금에 절여놓고 어떻게 요리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언젠가 읽었던

"민어의 노래" 라는 시가 떠올랐다.

이종격투기 선수였다가 요리사가 된 "김옥종" 시인이 쓴 시다.

특이한 그의 경력으로 처음 그의 시를 접했는데 시 가 정말 MSG 안 들어간 음식자체의 그 맛이 나는 시였다.

시를 곱씹어서 읽을수록 맛이 더 나는 참 고소한 시 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민어 생선을 들고 있으니 당연히 그의 시가 떠올랐다.

 

요리를 하면서 쓴 시 에는 그의 시적 감수성 그리고 칼날처럼 예리한 통찰력이 보인다.

시인이라면 주변의 모든 것을 예사롭지 않게 여길 줄 아는 집중력이 필요한가 보다.

부럽다. 민어 앞에서 "민어의 노래" 시 를 읽어본다.

민어가 듣고 있을것이라 상상하며..(갈라진 배는 보지 않으련다. 아직도 초롱초롱한 눈 만 보며 핵심부분만 읽어주마~)

 

 

“마늘 뽑고 양파 캐어 말리던 늦은 오후, / 구 년은 자랐을 법한 일 미터의 십 킬로짜리 숫치를 토방에 눕히고

 

/ 추렴하여 내온 병쓰메에 네 등살은 막장에 얹어 먹고 / 목살은 묵은지에 감아먹고 늙은 오이짠지는 볼 살에

 

얹어 먹고 / 고추 참기름 장에는 부레와 갯무레기 뱃살을 적셔먹고 / 갈비뼈와 등지느러미 살은 잘게 조사서 /

 

가는소금으로 엮어내는 뼈다짐으로 먹어도 좋고 / 내장과 간은 데쳐서 젓새우 고추장에 볶아내고 /

 

쓸개는 어혈이 많아 어깨가 쳐진 친구에게 내어주고 / 아래턱 위에 붙어있는 입술 살은 두 점 밖에 안 나오니 /

 

내가 먹어도 될 성싶은 / 깊은 고랑 주름살에도 꼬리뼈 살을 긁적거리고 있노라면 / 봉굴 수리잡 옆의 대실

 

개복숭아는 제법 엉덩이가 빨갛다” “​세월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 것 / 민어 몇 마리 돌아왔다고 기다림이

 

끝난 것은 아니다 / 새우 놀던 모래밭을 파헤쳐 / 집 지을 때부터 플랑크톤이 없던 모래밭에 / 새끼를 품어내지

 

못한 오젓, 육젓이 밴댕이를 울리고 / 깡다리를 울리고 / 병어를 울리고 / 내 입맛 다실 갯지렁이도 없는 바다에

 

올라 칼끝에 노래하던 / 민어의 복숭아 빛 속살은 다시 볼 수 없으리라”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