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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남편의 눈물

by 검은양(黑未) 202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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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를 씻어 물기를 빼놓고 파프리카 와 오이도 깨끗이 씻어놓았다.

찬물에 씻은 양배추는 사각거리는 치마처럼 소쿠리에 얌전히 넓은 포복으로 앉아있다.

터어키가게에서 산 오이는 중간크기라 쓰기에 딱 알맞고 씹는 맛이 훨씬 좋다.

염소젖치즈 네모나게 썰었고 올리브 몇알도 접시에 올려놓았다.

 

 

                                                               사진출처:edeka homepage

 

 

 

저녁식사담당 우린 음식을 따로 각자 식성대로 대부분 먹는다.

그는 독일식 나는 한국식 그러나 하루한번은 같은 것으로 먹는데 대부분 남편이 요리를 한다.

오늘은 샐러드에 구운바케트에 생마늘을 살짝 바른 것으로 준비했다.

 

마늘을 적대하는 이곳, 마늘때문에 왕따

 

 

웬만하면 난 마늘이 통째로 들어가는 화끈함을 좋아하는데 그이는 살짝, 정말 바게트가 놀라지 않을 만큼 얇게

다정하게 문지르기만해서 마늘향은 내 성에 차지 않게 난다.

이곳에서 마늘은 자주 금기음식이된다.

냄새 때문에 특히나 병원이나 공식자리가 있을 때는 3일 전부터 금해야 한다.

무슨 왕을 영접하는 자리도 아니고 신 을 알현하는 것도 아닌데 먹고 싶은 것을 제한해야 하는 고통은

이곳의 삶에 대한 불만을 야기시켰다.

가끔 규칙을 어기고 마늘을 넣은 반찬을 먹고서 사람들을 만날때 노골적 비난이 어김없이 쏟아진다.

지금에야 맞받아칠만큼 베짱이 있지만 그때는 동네형한테 맞고 집에 들어와 우는 아이처럼 반박한마디 못하였다.

 

남편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한 여자

 

 

 

비교적 요리시간이 짧은 샐러드 저녁상차림이 끝나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도 되겠냐고 한다.

이미 앞에 자기가 튼 노래는 내가 좋아하지않는류의 노래라 좋지~라고 대답했다.

아델(Adele)과 비슷한 보이스 라 감미로우면서도 감정이 강하게 섞인 음악이었다.

우리는 일상의 일들 이야기를 나누었고, 바깥에는 안개가 낀 밤이 거실 큰 창으로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스 송진와인 레치나 (Retsina) 를 마시다 나무에서 흘린 피를 보았다.

고개를 쳐박고 잘게쓴 샐러드가 무사히 입안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문득 고개를 들고

남편을 얼굴을 보았다.

 

눈가에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고 있다.

왜? 내가 뭘 잘못했을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저 노래, 저 여자 베스하트 노래가 감정을

요동치게 한다고 했다.

처음에 저 여자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 드디어 일이.. 나없던사이 일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0.00002 초사이에

일어났는데 베스하트 노래 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왜 하필 밥먹는 중에? 남편의 감정을 결정적으로 건드린 그녀의 노래 "thankful" 내용은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그저 감사하다는 뭐 그런것... 햐아.................. 이 사람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지극히 이성적이던 그의 옛시절과 지금을 상상을 할 수가 없지만 감성적인 호르몬의 작용을 겪고 있는

저 남자의 시간과함께 우린 함께 걸어가는 인생이 익어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https://youtu.be/bRpjjIhsU6I?t=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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