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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김치에 꼭 밀가루나 찹쌀풀을 넣어야하나?

by 검은양(黑未)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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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담은 지가 4개월이 되어가자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손님도 오기도 했고 동네에 유일한 김치애호가 이신 독일할머니께 좀 넉넉하게 드렸더니 한 포기도 안 남았다.

게다가 난 김치는 나의 밥상에서 앙꼬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지라 빠지지 않고 반찬으로 사용되고 있어

소비가 빠른 편이다.

마침 슈퍼에서 반값 세일을 하고 있어 앙증맞게 생긴 작은 배추 5 포기를 사가지고 왔다.

배추 세일은 거의 이곳에서는 아주 더불게 행하여지는 행사라 망설임 없이 바로 샀다.

 

여름이라 배추절임을 위해 긴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양념을 뚝딱 다 준비했는데 밀가루나 찹쌀가루풀을 쑤기가 귀찮았다.

이걸 꼭 해야 하나 싶어서 이 대목을 빼고 김치양념을 만들까 하다가 어렸을 때 찹쌀풀을 쑤시며

김치양념을 만드시는 어머니 옆에 있다가 그때 들은 말이 생각이 났다.

"이 풀 들이 양념을 맛있게 만들어주는 요술쟁이 란다"

오랫동안 풀을 쑤어서 양념을 만들고 김치에 버무리는 이 공식이 유지되는 데는 다 마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찹쌀을 곱게 갈아 눌지 않게 저어가며 풀죽을 만들어서 각종 양념을 섞었다.

맛있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벌써 입에서 군침이 돌았다.

소금에 잘 절여진 김치와 버무려서 요즘 몸이 아파 입맛이 없어 힘들어하는 지인 을 위해 한 포기 따로 포장해서

두고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김치 만드는 내내 풀을 쑤어야 하는 이유가 좀 더 학문적으로 쓰인 게 있을까 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예전 같으면 책을 읽으면서 "아하~"하고 천천히 지식을 습득할 텐데 요즘은 진액만 뽑아서 시험문제지

답변 마냥 적힌 것만 보게 되어 아쉬움이 있긴 하다.

 

고추장이나 깍두기, 동치미, 김장 등을 할 때 찹쌀이나 멥쌀, 밀가루로 풀을 쑤어 넣는 것도 이것들이

세균들이 먹고 번식(발효)할 먹잇감(배지)이기 때문이다.

푸성귀나 다른 양념에 들어있는 양분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먹잇감. 이 때문에 먹을거리를 보충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짠 소금에 죽어버리지만 염분에 끄떡 않는 내염성 세균인 유산군은 남아서

김치를 익힌다.

권오길 교수가 쓴 "괴짜생물이야기"에 나오는 부분이다.

 

나의 의문에 대한 정답 이 쓰인 부분인데 화룡점점으로 그다음이야기가 김치 담을 때 왜 꼭꼭 눌러서 담고

완전 밀봉상태로 보관해야 하는지 에 대한 나의 간지러운 궁금증을 시원하게 박박 긁어주었다.

 

김치를 힘들게 눌러 담는 이유는 김치에 사는 유산균들이 산소가 있으면 되레 죽어버리는 혐기성세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기(산소)를 다 빼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소금에 죽지 않으며 산소를 싫어하고,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 이 유산균들이 김치의 맛을 낸다.

김칫독을 응달에 묻어두면 겨우내 그 속의 온도가 영하 1도 근방을 유지하는데, 이를 본떠 흉내를 낸 것이

바로 김치냉장고이다.

 

김치가 숙성될 때 맛을 극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밀가루나 찹쌀 맵쌀 풀의 역할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사진출처: 만개의 레시피

 

권오길 교수님께서 쓰신 "바다를 건너는 달팽이"에 실린 다른 부분이 맘에 쏙 들어 김치재료에

갓 을 넣듯 곁다리로 붙여본다. 비록 오래전에 쓰인 책이나 (1998년에 쓰임) 인터넷에서

우연히 이분책을 소개한 글을 읽고 내용이 너무 좋아 발췌해 봤다.

 

 

"화났을 때의 침과 평소의 침에 각각 초파리를 넣는 실험을 한 결과, 화났을 때의 침에 넣은 초파리는 불과 몇 초 만에

죽었고, 그렇지 않은 침에서는 그보다 훨씬 오래 살았대. 화났을 때의 침에 생명까지 죽일 정도의 독이 있어서

초파리들을 빨리 죽게 한 거지. 스트레스가 만병의 시작이라고도 하잖아.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침의

독성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몸속의 건강한 세포들이 자살을 하거나 면역력이 약해진대.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하고. 돌변변이 세포들로 암도 생기는 거지. 언젠가 자연주의 부부가 TV에 나와 이야기

하는 걸 봤는데, 화났을 때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만든 음식은 사람을 살리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의 몸을 망치는

독이 된다네. 그러니 부부싸움을 한 후엔 차라리 사 먹는 것이 몸에는 낫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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